“학교현장에서 제주어가 살아 있어야 한다”

   
 
  ▲ 귀일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제주어 수업을 받고 있다. /김대생 기자  
 
제주어가 뜨고 있다. ‘언어가 없는 땅은 심장이 없는 몸과 같다’는 어느 언어학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제주어는 소수언어이자 문화유산이란 인식 전환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주어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움직임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주변에 널린 제주어는 정작 뜨지 않고 있다. 일반 제주 가정에서 제주어 듣기란 TV에서 북한사투리 듣기보다 더 어렵다. 학교현장 역시 마찬가지.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 교사들의 인식부족  탓이다. 제주어는 해당 지역, 세대, 언어공감을 끌어내는 아이템이란 측면에서 제주어의 활기에 불을 지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왜 안 뜨나=현재 제주사람들 중에는 제주어를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다. 최근 제주 민속문화의 해 일환 국제학술세미나에서 한 참석자의 “제주에서 제주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도민이 전체 56만 명 중 13%에 불과하다”는 말은 충격적이다. 제주어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책이 절실한 대목이다.

제주어 보전에 앞서 제주어를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제주어의 올바른 보존을 위해서는 학교에서 두루 쓰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일선 학교의 제주어 수업은 지지부진했다. 지난해에야 제주도가 처음으로 제주어 자료를 개발, 일선학교에 배포한 것이 유일하다.

이는 전라도, 경상도 등 타 지역에 비해 매우 늦은 출발이다. 전라도만 해도 교사가 수업시간에 전라도 사투리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지역은 아직까지도 이 수준에 채 미치질 못한 실정이다. 제주어가 제주의 귀중한 문화유산 중 하나라 외쳐도 학교현장 등에서 두루 쓰이지 않으면 한갓 외국어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는 지역 언어들이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문화에서 종횡무진하며 문화반란을 일으키는 경황과는 대조적이다.

문화적 다양성 확보라는 측면, 제주문화유산으로서의 측면 등을 고려해볼 때 제주어가 지역과 세대의 공감을 얻어내는 정책들이 쏟아져야 할 때다.

△정황들=부진한 제주어 활용 성적에도 불구,  일부 일선 학교에서의 제주어 수업 탓에 숨통이 다소 트이고 있는 것은 반갑다. 올해부터 학교특색사업으로 제주어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귀일중학교(제주시 애월읍 하귀2리. 교장 이영부)는 대표적이다.

귀일중학교의 목표는 명확하다. ‘제주어교육을 통한 내 고장 전통 문화 전승’이다. 귀일중학교에서는 전학년을 대상으로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1·2학기 모두 8시간)을 활용, 제주어교육에 올인하고 있다.

귀일중학교는 이외에 제주어 말하기 대회, 제주어로 제주 설화 및 독후감 쓰기 등을 연계해 학생들의 제주어 실력을 높이고 있다.

귀일중학교 김성룡 교사는 “예전에는 학생들이 제주어를 쓰면 촌사람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시큰둥했다”면서 나중에는 할머니·할아버지와 대화를 순조롭게 했다는 학생이 있는 등 점차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의 교육은 귀일 중학교 외에도 하귀초교, 이도초교, 더럭분교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일선 학교에서는 아직도 제주어 교육은 멀기만 하다.

일선학교의 제주어 활용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제주어 교육정책 마련, 제주어 교사 양성, 학교장의 의식 전환 등을 꼽았다.

김 장학사는 “학교현장의 개혁 없다면 제주어는 박물관의 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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