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초가 활용, 보존만큼 중요

 [제주민속문화의 재발견(상)] <8>제주초가 ①활용
제주초가 활용, 보존만큼 중요

한옥이 뜨고 있다. 서울 북촌, 전주 한옥마을, 충남 아산 외암 마을이 새로운 모습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한옥은 그 동안 좁다, 춥다, 살기에 불편하다, 비위생적이다 등등의 이유로 한동안 주거문화에서 멀리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한옥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한옥의 좋은 점을 되살리는 움직임이 일면서 한옥은 우리 삶과 정서를 담은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각 지역에서는 한옥의 멋과 맛을 체험할 수 있는 전통민속마을체험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는 한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손잡고 문화재·관광 연계사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주 역시 최근 민가(民家) 활용 방안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옥이 돌아왔다

제주출신 김홍식 교수(명지대)는 일찍이 민가(民家)를 '민중의 생활을 담은 주머니이자 그들의 삶을 휘감는 그릇'이라고 했다.
한옥으로 상징되는 민가(民家)는 이렇듯 오랜 세월 인간과 동고동락해온 주거공간이다. 눈 덮인 초가 지붕, 비오는 날이면 처마 밑으로 뚝뚝 듣는 빗소리. 그러나 한옥은 이미 사라질 대로 다 사라져 이제 종족 보존 상태에 이르고 있다.
제주 역시 70년대 들어서면서 제주의 한옥으로 일컫는 민가는 외지인의 부동산 투기 등 산업화 물결로 그 원형이 급속하게 파괴돼 지금은 변형된 민가마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그랬던 것이 최근 한옥에 대한 관심도가 육지를 중심으로 올라가고 있다. 비록 그 사례가 극소이긴 하나, 한옥의 옛 멋과 맛을 체험할 수 있는 전통민속마을 조성 바람이 일고 있다. 옛 한옥을 현대식으로 개조해 대중의 쓰임새를 넓히면서 그 고유한 멋을 살려내고 있는 노력들이 근래 들어 부쩍 는 것도 요즘이다.
이런 현상은 고도의 도시산업화 사회에서 일상의 속도를 줄이고,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번져가고 있다.
탬플스태이(사찰 탐방)을 빗댄 '고택(古宅)스태이'의 인기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한옥을 집주인·마을 주민들의 '보물단지'가 아닌, 현대인의 기호에 맞게 체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요즘 현상이다.
최근 문화재청 및 문화관광부에서는 지자체와 손잡고 문화재·관광을 연계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강릉 선교장, 논산 명재고택(윤증고택), 충남 아산 외암마을, 안동 하회마을 등 한옥 마을의 시범 운영이 대표적이다.
이들 한옥 마을은 해당 지자체에서 마을보존회를 결성, 전통민속마을의 활성화를 통해 한옥의 활용과 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제주초가 활용, 보존만큼 중요하다

원초적 주거 미학을 간직한 집으로 일컫는 제주초가. 그러나 한옥의 관심만큼, 제주초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제주초가가 척박한 기후에 대처한 힘, 제주에만 있는 특이한 가족제도 등 문화의 특이성이 육지의 한옥과는 전혀 다른 유형을 지녔으면서도 말이다.
예를 들어 다른 지역 한옥이 공간배치의 계급성으로 인해 전근대적인 모습을 이루는 것과는 달리, 제주초가는 계급성이 없고 남녀공간 구분이라는 전근대성도 사라지는 등 제주초가만의 특색을 고스란히 담아 왔음에도 말이다.
제주도 행정의 탄탄한 보존책, 관리책에 못지 않게, 제주초가의 활용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 6월 '한옥을 현대화하자'는 취지로 대전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제주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제주초가의 현주소를 읽기에 충분하다.
 "다른 지역은 점점 사라지는 한옥 문화를 어떻게 복원, 회생, 활용할 지에 대한 방안이 제시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표한 반면 전국에서 제주 지역만 제주초가의 보존정책에만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제주 역시 제주 초가의 활용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제주시가 지난해 제주시 삼양동의 옛 초가를 복원, 박제가 돼버린 초가 문화에 생기를 살리는 한편, 제주도가 성읍민속마을 등 제주초가의 활용방안을 암중모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삼양동 옛 초가는 그 동안 생활의 편의를 위해 개축했거나 변형된 부분을 모두 원형대로 복원하는 대신, 옛 방식인 화장실, 정지, 전기 설비와 난방 설비를 현대식으로 변경, 시설했다. 집주인인 제주시청은  전통주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밖거리를 민박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도 발표했다.
제주도 역시 문화재청과 함께 성읍민속마을내 제주초가 10여 동을 구입, 문화재·관광을 연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특히 성읍민속마을을 안동 하회마을 등 전국 민속마을 5곳과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타전하고 있어 향후 제주도의 성읍민속마을사업 추진에 급물살을 탈것으로 전망된다.  /현순실 기자 giggy@jemin.com  사진제공=문화재청

 


 

●인터뷰/ 건축가 김석윤씨
"이젠 사람 사는 모습 보여주는게 관광"

   
 
  ▲ 건축가 김석윤씨  
 
"제주에 가장 절실한 것은 관광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겁니다. 이젠 사람이 사는 모습 보여주는 게 관광인 시대입니다. 제주는 아직도 연출된 관광만 보여주고 있어요"

건축가 김석윤씨(63. 건축사사무소 김건축 대표)는 현행 제주의 자연경관 위주의 관광문화 자원의 한계를 꼬집으며 이같이 우려했다. 

김씨는 "이런 우려들을 떨쳐내기 위한 돌파구는 문화관광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그러나 지자체는 지금껏 문화관광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최근 대전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는 한옥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학자들의 최근 경향이나, 향후 비전 등이 제시됐다"면서 "그 자리에서 제주는 제주초가에 대한 보존정책만 강조하는 등 한옥의 활성화 붐에 제주지역만 잠자는 격이었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현재 정부에서는 한류 일환으로  한식, 한옥, 한복 등 문화상징의 국제화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면서 "제주성읍민속마을 역시 한옥부문에 속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그 가치가 더 빛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사람이 사는 방식이 변하듯 주거문화도 변해야 한다"면서 "(제주는)아직은 그런 변화에 대한 노력이나 준비가 미약한 수준"이라면서 "전라북도 등 지역에서 농촌주거개선 프로그램 등 한옥과 연계한 행정의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를 제주지역에서도 적극 수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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