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는 사람을 통해 본 제주

우려했지만, 이미 예측되었던 일이 현실로 되었다. 130년을 살아온 제주대 입구 소나무가 제거됐다.

누군가가 뿌린 맹독성 제초제 탓도 있겠고, 5.16도로 확장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려는 시 당국의 신속한 대처와도 맞물려있다. 무릇 이 사태는 ‘자연’보다 인간의 편리함이 우선이라는 수많은 선례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있다. 소나무에 잔악무도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한 비판 여론은 들끓었지만, 잘려나간 그 자리에 대체목을 식재하는 게 아니라 화단을 아예 없애버린 시 당국의 태도엔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없다는 데에 있다. 즉, 행위는 잘못됐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찌할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도민사회 도처에 깔려 있다. 서두에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장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 전달하는 단순 메시지가 어찌 보면 제주 사회의 모든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장지오노의 책 ‘나무를 심은 사람’은 기본적으로는 황무지에 나무 하나로 살기좋은 마을을 만든 한 사람의 이야기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엘제아르 부피에란 인물의 실화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기에 울림은 더욱 찐하다.

1,2차 세계대전과 그 시점에 부인과 자녀를 기아와 병으로 잃은 한 중년 엘지아르 부피에는 40년 동안 죽을 때까지 오로지 황무지가 된 산간지방에 도토리나무를 심는다. 나무는 물론이고 물도 없고 산새며 짐승도 없던 그곳은 아름답고 울창한 숲이 된다. 쉼 없는 그의 작업은 이윽고 황무지의 마을을 떠난 사람들까지 돌아오게 한다. 이 이야기는 생태파괴가 인류의 위기로 당면하고 있는 물질문명의 시대에 생명의 소중함과 공동의 선을 일깨운다.

파괴는 쉽지만 회복은 어렵다. 자연에 대한 중요성도 이러쿵저러쿵 말로야 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생각해보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어리숙한 의문을 한번 가져 보자. 자기 것을 챙기지 못하면 사회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만연한 사회에서 묵묵하게 나무 심는 그의 작업이 허무맹랑하지 않은가라는. 머리로는 자연파괴를 지양하지만 손으로는 끊임없이 이익을 추구해야하는 현실 속의 딜레마처럼 말이다.

인간은 당장 오늘의 물리적인 고민에 집착하기에 사회변동의 맥락에서 자신의 처지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환경 파괴로 인한 재앙은 좀처럼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거부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부피에는 인간보다는 자연을 더 닮았다. 그래서 더욱 자연의 미세한 떨림을 숭고한 정신으로, 불굴의 의지로 인간에게 알리고 싶어 했다.

내 자신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준 이 책은 서귀포시에서 ‘ONE CITY ONE BOOK’ 행사 로 선정된 첫 번째 책이라 한다. 장지오노는 “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무를 사랑하게 하기 위해 더 정확히 말하면 나무 심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한다.

제주지역사회처럼 환경에 대한 균형이 목마른 이 곳에 상식을 일깨우고 다짐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김경덕 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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