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인터뷰>18년 애독자 고봉식 사회복지법인 고연 이사장

제민일보는 세상과 소통 창구…품위 지키려는 노력 보기 좋아
“기사는 독자의‘왜’를 읽고 새로운 것에 대한 ‘기준’돼야”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처음의 각오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제주 도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진짜 제민일보의 자존심이어야지 않겠나”

제민일보의 탄생에서부터 18년을 채운 지금까지 하루도 제민일보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고 했다.

‘85’이라는 숫자뿐인 나이는 어울리지 않는 은발의 청년 고봉식 사회복지법인 고연 이사장을 만났다. 고 이사장은 전 제주교육감이란 오랜 직함을 지난 5월 남모르게 내려놨다.

자신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을 주변과 공유하겠다는 마음을 실행에 옮겼다. 사회복지법인 고연의 시작한 일은 시쳇말로 ‘며느리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신문발전기금 지원’을 통해 매일 아침의 문을 열어준 제민일보가 특히 고맙다.

“누구에게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신문 배달을 하기에는 좀 힘든 동네라 더 놀랐다”며 “그렇게 계속 사회와 소통할 수 있게 됐다”고 기분 좋은 표정이다.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은 신문은 기자와 만남 때문에 준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밑줄이 그어져있거나 여러 번 훑어본 듯 신문 옆면에 보기 좋은 구김이 잡혀있다.

고 이사장은 “제민일보는 도민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초발심’을 제대로 지켜가고 있는데다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조잡하거나 비하하지 않고 천박하지 않은 신문을 위한 기자들의 노력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가십성 기사를 다뤘던 ‘무공침’을 버리고 주말판(위크 앤 팡)에 색다른 변화를 준 것에 대해 ‘참신하다’고 평가했다.

고 이사장은 “책임지는 기사도 아니고 성격도 모호한 기사를 쓸 만큼 신문 지면이 넉넉해 보이지는 않는다”며 “기사를 억지로 늘리거나 아까운 기사를 버리는 일이 없어야 지역 밀착도가 높아진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제민일보가 늘 눈에 즐거운 것은 아니다.

고 이사장은 “독자의 시선과 목소리를 더 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만평처럼 그림 하나 문장 하나로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짜릿함’을 느끼게 하는 기사를 고민했으면 한다”고 쓴소리를 시작했다.

‘기생 화장’하는 듯한 기사나 이전을 ‘답습’하는 기사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충고가 이어졌다.

고 이사장은 “평평하기보다는 입체적인 기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신문은 단순히 벌어지는 일들을 나열하기 보다는 ‘왜’를 드러내 독자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새로운 것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기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문은 일련의 상황들에 있어 숨어있는 이면을 보다 심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사실을 설명하고 이끌어주는 것이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제목이나 내용에 의문이 생기는 기사는 몇 번이고 읽는다’는 고 이사장은 인터뷰 중에도 이전 신문까지 들추며 기자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고 이사장은 “이렇게 묻고 싶은 것이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라며 “독자 입장에서 보다 넉넉하고 여유있게 신문을 만들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람이 일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일한 사람들을 부각시켜야 할 ‘일과 사람들’과 ‘투고’ ‘제보’라는 말 대신 ‘독자의 의견을 듣겠습니다’로 접근해야할 ‘오피니언’ 등등.

돌아오는 길 어깨가 무거워진다. 숙제할 거리가 늘어서가 아니라 기분 좋은 선물보따리가 층층이 쌓여서다.

오늘을 사는 감각이 골고루 밴 ‘고소한 맛’이 나는 신문. 제민일보의 어제와 오늘을 함께하고 이제 내일을 보는 오랜 벗이자 거울이 던진 말에 흥이 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