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대에게 우리는 '배고픈 다리'의 모습을 그려가며 설명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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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사천 정비과정의 모습 | ||
작년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대개의 하천들이 대대적인 정비가 이루어졌다. 작년 수해를 떠 올리면 그 어느 것 보다도 우선하여 해결해야 할 것이 하천 정비라는 공감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태풍 ‘갈매기’가 왔었지만, 물론 태풍이 강도가 약하다고 하였어도, 하천정비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에서 특별한 피해가 없이 태풍을 지나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비된 독사천을 지날 때마다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니라고 볼 수도 있는 점이지만, 만약에 제주의 모든 하천의 정비가 이렇게 이루어졌다면 한번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사건이라면 사건이다. 그것은 마을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던 소위 ‘배고픈 다리’를 없애버린 것이다. 물론 인근에 정상적인 2차선과 육교를 포함한 신설다리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그 이용 빈도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굳이 없애야 할 것은 아니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배고픈 다리’의 기능에 보다는 그 이름의 멋스러움에 감탄하고 있었다. 간혹 타 지역에서 놀러오는 친구들에게 제주의 말을 이야기 할 때, ‘~헙써’라는 독특한 사투리보다는 ‘배고픈 다리’라는 진솔한 표현을 이야기하면서 ‘잠수교’를 넘어서는 제주말의 표현력을 자랑하고는 하였다.
우리가 ‘동해’를 일본인들이 ‘sea of japan'이라고 명기하려는 시도를 막으려고 하는 것은 실제 동해의 바닷물과 물고기를 바꾸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이름이 갖고 있는 정신과 의도 때문이다. 그만큼 이름이라는 것에는 그것을 부르는 이들의 정서와 가치가 녹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름이라는 것도 그것을 붙여줄 ‘사물’이 없어지면, 같이 사라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배고픈 다리’에 대한 나의 우려 아닌 우려는 바로 이 ‘배고픈 다리’라는 친근하게 불러보던 우리의 ‘이름’과 건천이 많은 제주의 독특한 다리의 ‘형식’이 민속학자에 의해서 한번 연구되어보지도 못한 채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점이다. 과연 우리만의 고유한 것으로 사랑하고 보존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하천을 단순히 건너기 위한 방편으로만 다루는 현대의 교량과는 달리, 하천의 맑은 물과 자연을 보다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었던 배고픈다리에서의 풍경을 쉽게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