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제평화 르네상스 제주] 2. 한국사회와 다크 투어리즘 ①국내에 부는 다크 투어리즘

"역사는 기억되지 않으면 반복된다". 이 말은 과거 역사경험의 교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경구다. 기억행위는 그래서 필요하다. 지난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것은 현재를 비춰보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희망을 찾기 위해서다. 기억행위의 내용은 다양하다. 사건이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일부터 사람, 공간, 벌어진 사건들의 전개과정, 매체 등을 재현하는 일들은 모두 기억행위의 영역이다. 제주4·3 등 역사적 비극의 현장을 방문, 역사적 교훈을 얻는 여행인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바로 기억행위의 정점에 있다.

   
 
   

5.18 평화순례

 
 

#역사교훈여행으로서 다크 투어리즘

역사교훈여행인 다크 투어리즘은 이미 1990년 이후 세계적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관광패턴이다. 유태인 대학살 현장인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9·11 테러의 참상이 새겨진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워싱턴의 대학살 추도 박물관 등은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지역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자료를 보면, 다크 투어리즘은 다양한 사례를 지닌다. 나치의 학살 장소인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는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며, 독일초등학생들과 이스라엘사람들의 필수방문지가 되고 있다.

캄보디아 킬링필드도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원폭피해의 상징인 일본의 히로시마·나가사키, 전쟁의 비극과 민간인 피해가 심했던 오키나와, 중국의 난징(南京)박물관도 관관상업 혹은 평화대회가 빈번하게 열리는 곳이다.

 

   
 
 

서대문 형무소

 

 
 

#제주4·3에서 5·18민중항쟁까지

일부 지역에는 '산업'이라 일컬을 만큼 많은 관심과 방문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구미가 다크 투어리즘을 하나의 역사문화관광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제주는 일제전적지와 제주4·3유적지 등을 활용한 다크 투어리즘으로 제주관광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5·18기념재단이 주축이 돼 2000년 이후 체계적인 기념사업을 모색하고 있는  5·18민중항쟁도 다크 투어리즘으로서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 5·18민중항쟁은 청소년 대상 각종 교육사업, 아시아 민주주의 인권운동과의 연대 등을 통해 동아시아 인권운동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경남·충남·경기·제주와 경합을 벌인 결과, 일제 강제동원 역사기념관 유치에 성공한 부산도 새로운 역사문화관광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일제 강제동원 역사기념관이 들어설 부산 당곡근린공원은 인근 유엔기념공원, 부산문화회관, 평화공원, 부산박물관과 함께 다크 투어리즘의 또다른 가능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밖에 일제의 독립운동가들의 만행에 대한 고발현장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한국전쟁의 상처와 흔적을 담고 있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베트남전을 계기로 국내에서 반전평화란 담론의 장을 펼치고 있는 평화박물관, 고양금정굴 등도 각각 시설에 대한 역사적 자산 또는 지향하는 바를 통해 다크 투어리즘으로서 의미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과거를 기억하고 역사를 만든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내에서는 근현대사 전반을 재조명하고,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일제전적지와 제주4·3유적현장 등을 찾아가는 다크 투어리즘의 필요성이 제주에서 활발히 제기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이재수의 난과 일본군 유적지, 제주4·3유적지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역사문화관광을 토대로 한국의 평화통일과 동아시아 평화까지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 다크 투어리즘을 위한 기반창출이 필요하며, 그 선결과제로 일제전적지 등록문화재 지정과 정비, 4·3평화의 길 조성사업, 4·3평화생태숲 조성, 평화관련 역사와 문화유적에 대한 DB 구축 등은 향후 제주가 지향해야 할 다크 투어리즘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비극의 장소를 찾아 의미를 되새기는 것, 과거를 올바른 역사적 교훈과 반추로 삼아야 할 때, 다크 투어리즘의 가치는 새롭게 조명될 것이다.

사회학자 정호기(42)는 그의 저서「한국의 역사기념시설」에서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기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설파하고 있다. "과거는 정형화되어 있거나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과거는 현재의 시점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사회적 기억에서 지워진 과거에 빛을 비추고, 개인의 기억과 고통으로 감내해야만 했던 것을 치유하고 복원하기 위한 다차원적 활동들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제도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를 기억하고 역사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다크 투어리즘이 지향할 바다. 여기에 저항과 수난의 역사를 아로새긴 제주4·3이 있다. 이를 연계한 역사교훈여행으로서 제주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내에 부는 다크 투어리즘은 제주의 다크 투어리즘의 평화인권적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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