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평화 르네상스 제주] 2. 한국사회와 다크 투어리즘 ② 광주5·18 기념공간

   
 
  5·18 문화공연.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이 내리는 광주 망월묘역과 국립5·18민주묘지. 1980년 5월27일 새벽, 전남도청 최후 항전에서 공수부대의 총에 목숨을 잃은 광주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와 노동 현장에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숨진 박기순의 합묘 앞에서 이들의 영혼결혼식 때 헌정됐다는 민중가요'님을 위한 행진곡'은 그대로 아픔이었다. 광주5·18 이후 투쟁의 현장을 찾는 발길은 간헐적이었으되 끊이지 않았다. 대학서클과 광주5·18민중항쟁에 공감하는 이들로부터 시작된 5·18 다크 투어리즘(역사교훈여행)은 한해 참관객만도 30여만명에 달해 5·18의 가치와 정신을 잇고 있다.

#언제 시작됐나

80~90년대에 이르기까지 광주5·18은 한국의 민주화와 진보의 큰 화두이자 열쇠말이었다. 세간에 떠돌던 5·18의 진실이 규명되고 그 책임자가 법적 처벌을 받기까지 모든 기념사업은 투쟁의 성격을 우선적으로 띠었다.

80~90년대에 이르기까지 광주5·18은 한국의 민주화와 진보의 큰 화두이자 열쇠말이었다. 세간에 떠돌던 5·18의 진실이 규명되고 그 책임자가 법적 처벌을 받기까지 모든 기념사업은 투쟁의 성격을 우선적으로 띠었다.

5·18을 기념하는 움직임은 1984년부터 있었다. 그때 추진주체들은 5·18의 기념보다는 투쟁과 운동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이와는 별도로 5·18 다크 투어리즘은 대학서클, 5·18에 공감하는 사람들 등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 80년대 초부터 진행됐다.

1993년 김영삼 정부에 의해 5·18해결을 위한 특별담화가 발표되고, 김대중 대통령이 5·18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등 일련의 변화들로 인해 5·18은 제도적, 역사적으로도 보장을 받게 된다.

이후 옛 도청공간과 금남로, 망월묘역, 상무대 영창 등 5·18 기억의 공간을 찾는 발길은 봇물을 이룬다.

2002년 국립5·18민주묘지가 국립묘지로 승격된 이때부터 관광개념을 보다 강화된다. 5·18때만 되면, 5·18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나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도 등산, 여행, 수학여행으로 국립 5·18민주묘지를 비롯해 망월묘역, 5·18기념공원, 5·18자유공원, 전남대 5·18기념관, 5·18사적지 등 5·18민중항쟁 관련 주요 추모 및 기념시설들을 찾는다.

#진전들

5·18때 희생자 약 500명이 안장돼 있다는 국립 5·18민주묘지.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고, 깊은 인상을 받는 참배공간인 이곳에는 여행객들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올해 5·18때에는 국내외에서 30여만명이 국립 5·18민주묘지를 비롯해 5·18의 현장을 찾아 5·18 의 역사적 가치와 성격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5·18 사적지코스.  
 
5·18기념사업의 주축인 5·18기념재단은 매년 증가하는 5·18참관객들을 수용하기 위해 3년전부터 매년 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문화해설사(5월지기)를 육성, 올해까지 100여명의 문화해설사를 양성했다.

문화해설사들은 국립 5·18민주묘지와 5·18자유공원, 옛 도청 등 답사를 통해 단체 또는 해외관광객들에게 5·18의 역사를 알리고 있다.

5·18때 청소년이 주축이 돼 행사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청소년자원봉사자를 적극 활용하는 것 역시, 후세들에게 5·18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광주광역시는 1998년 '5·18사적지 관리 조례' 제정을 통해 5·18사적지 27곳을 지정하고, 구간별 다크 투어리즘을 조금씩 도입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5·18때 계엄군이 매복했다가 화순으로 넘어가는 승합차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된 너릿재 등 5·18사적지 27곳에 표지석을 설치해 참관객들에게 5·18 기억의 현장을 재현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라남도도 5·18사적지 24곳을 지정, 표지석을 세우는 등 '5·18 유적지도' 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5·18기념재단 역시 민주·인권의 광주와 5·18을 접목, 아시아 200개 단체, 40여개국과 연대해 서로 기억의 현장들을 돌아보며 각종 교류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는 등 아시아 민주주의 인권운동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이외에도 해외 민주시민교육 현장 탐방, 체험학습, 교사연수, 5·18협력학교 등 사업을 통해 5·18의 역사적 가치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제주가 배울 점

5·18 다크 투어리즘은 아직은 여명기다. 하지만 광주광역시, 전라남도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5·18사적지 관리 조례' 제정 및 5·18사적지 투어 프로그램 개척은 제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관객들이 투어 버스로 이동하면서  5·18사적지를 돌아보고, 5·18의 역사와 생생한 현장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은, 5·18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또다른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이와 함께 5·18기념재단의 아시아 민주주의 인권운동과의 연대 모색 등도 고무적인 일이다. 5·18의 역사적 가치와 시대적 아픔을 공감하는 아시아 40여개국은 연대와 교류의 물꼬를 트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제로 해마다 국제평화포럼을 진행하는 것은, 제주도가 '평화의 섬'을 외치면서도 과연  '평화의 섬'들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지 되돌아보게 한다. 

5·18때 청소년을 자발적인 5·18기억의 공간에 참가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의 변화는 제주4·3을 후세들에게 어떻게 계승, 발전시키는 가에 하나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인터뷰]  조진태 5·8기념재단 사무처장  "소비적 관광상품 아닌, 성찰 여행이어야"

   
 
   
 
"다크 투어리즘은 성찰적 성격이 강하므로 소비적 성격이 강한 관광상품 여행과는 구분이 돼야 합니다". 조진태 5·8기념재단 사무처장(49)는 지난 역사를 기억하고 현재를 반성하며 미래를 모색한다는 의미로서 제주4·3이나 광주5·18에 대한 답사 여행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진채 사무처장은 시인이면서 기억행위로서  5·18 기념사업을 오랫동안 추진해온 사람이다. 조 사무처장은 제주4·3에 대해서도 관심도가 높아 매년 4·3때마다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제주를 찾고 있다.

조 사무처장은 "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이야기는 미국의 어느 학자가 사용한 말로 기억한다. 우리말로는 역사교훈여행으로 명명하자는 네티즌들이 의견이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4·3이나 5·18에 대한 답사여행은 매우 중요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관심도 높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다크 투어리즘이 성찰적 여행인 만큼, 소비적인 관광상품으로 흐르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성찰여행이 무조건 엄숙하고 비장할 필요는 없다면서 다양한 방법과 매체를 통해 방문객들의 시선과 마음을 붙잡는 장치와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무처장은 "살아 있는 감동을 느끼게 할 때 역사교훈 여행(다크 투어리즘)은 해당 도시가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사람이 꿈틀대는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역사교훈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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