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건물의 건설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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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례휴양단지 계획이 발표되면서 제주에도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미 이도 택지개발지구내 아파트의 고도를 완화해주면서 고층건물의 필요성이 한번 제기된 바가 있으나, 그것은 고도완화의 형평성등의 문제였을 뿐 도시차원의 심각한 논의를 제기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표된 예례휴양단지 계획과 노형의 초고층 건축물의 건설계획등은 도시건축에 대한 논의의 차원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도시 엔지니어의 입장에서는 상하수도의 기반시설등의 문제와 교통량의 문제가 거론될 것이고, 사회경제학자의 입장에서는 그 시설이 야기하게 될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하여 거론하게 될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는 수량적인 문제인 것이며, 이는 도시의 양적 팽창과 맞물려 시기적절한 것인지를 잘 살펴야 할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점을 통해 도시경관을 생각하는 건축디자이너들은 고층건물이 가져오는 시각적인 모양새가 우리문화에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해 보아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이는 지금의 계획안의 진행결과가 어찌 되었건 간에 언제든 또다시 치루어야할 도시경관의 화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층건물의 효과로 이야기되는 화두의 하나는 도시의 랜드마크의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라고 할 수 있다. 랜드마크는 글자 그대로 어떤 지역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시설물이며, 이는 도시에서의 길 찾기 등과 같은 방향감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도시내의 초고층 건물은 혼란한 도시의 가로분위기 속에서 장소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도시에는 반드시 랜드마크가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아니라, 무엇으로 랜드마크를 만들 것인가하는 것이다. 랜드마크라면 그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져야 할 것인데, 단지 초고층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랜드마크라는 것을 단순하게 비례니 균형이니 강조니 하는 시각적인 우위를 가지고 설정하거나, 초고층이라는 규모를 가지고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과거의 우리 마을의 중요지점에는 퐁낭이 있는 쉼터가 있었고, 말방앗간이 있었다. 그것은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마을사람들이 모두 친근하게 인지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였다. 현재까지도 제주도의 랜드마크는 한라산이며, 이는 제주의 어느 지역에서도 방향감과 장소감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아마 그 어떤 것도 한라산의 랜드마크적인 지위를 빼앗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 홍콩이나 방콕, 상해와 같은 도시의 모습에 감탄하고 돌아온 사람이라면, 초고층 건물이 얼마나 부를 상징하고 있는지는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도시의 이미지가 과연 그런 것인가. 그리고 그런 이미지를 맨하탄의 뉴요커들이 부러워하기는 할까.
엔지니어적인 측면과 사회경제의 측면에서도 진지한 논의를 해 보아야 할 것이지만, 지금의 초고층건축에 대한 시도가 자칫 지향하는 도시의 방향에 대한 밑그림 없이 방황하는 증거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런 염려를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