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평화 르네상스 2. 한국사회와 다크 투어리즘 ⑩부산의 민주공원

민주공원을 찾았다. 부산광역시 중구 영주동 가파른 언덕길을 향한 버스가 잠시 힘겨운 운행을 한 뒤였다. 중앙공원내 2만337㎡의 규모에 둥지를 튼 민주공원에서 상징조형물인 '민주의 횃불' 이 겨울햇살에 눈부셨다. 민주공원은 부산에서 전개된 민주화운동 전반을 공원과 기념관의 형태로 재현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의 요람

민주공원은 부산에서 전개된 민주화운동 전반을 기억과 기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부산의 민주화운동의 출발점은 해방 직후 전개된 대중운동에 두고 있다.

   
 
  ▲ 민주공원 전경  
 
부산의 민주화운동은 1960년 3월 7일 고등학생 주도로 시작된 4월혁명에서부터 1960년대 한일협정 비준 반대운도, 1972년 유신반대투쟁, 1979년 부마항쟁, 1981년 부림사건, 이듬해 미문화원방화사건 등으로 이어졌다.

그 열기는 마침내 1987년 전국적인 6월 항쟁으로 활활 타오르게 됐으며, 이어지는 노동자 대투쟁으로 발전,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부산은 또한번 항쟁의 정점을 주도하는 화룡정점을 장식하게 된다.

민주공원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한 부산시민의 숭고한 민주정신을 기리고 민주시민교육의 요람으로 삼기 위해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이 뜻을 모아 1999년 10월 16일 개관했다.

민주공원은 민주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문화공간으로 부산의 역사적 위상을 높이며 민주와 평화, 통일을 향한 희망찬 미래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부산에서 꼭 찾아봐야 할 필수 코스

민주공원의 시설들은 추념과 비념의 장,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를 공유하는 교육체험장,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예술 마당, 민주적 삶을 공유하는 소통과 연대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민주공원 입구부터 차례로 넋기림마당(추념의 장)-가리사리마당(인식의 장)-어렵살이마당(고난의 장)-올바른마당(정의의 장)-바람마당(염원의 장) 등 테마공간이 조성돼 있어 시민들이 산책과 휴식을 즐기면서 민주주의와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 민주항쟁기념관 중앙에 전시된 '민주항쟁도'  
 

민주공원 곳곳은 물론 기념관 내부에는 장애인들이 쉽게 오르내리고 이동할 수 있도록 램프를 설치해 문턱을 낮췄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각종 놀이와 공연, 발표의장인 바깥놀이마당(야외극장)도 있다. 추모의 장에는 방문자들이 민주열사들의 영령을 분향, 헌화할 수 있는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추모조형물(김성연 2003년작)이 들어서 있다.

부산항의 전경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전망대에서는 사진을 통해 부산의 근현대사를 비교체험할 수 있으며, 관측용 쌍안경이 비치돼 있어 주변 경관도 즐길 수 있다.

공원 곳곳에는 400여 종의 우리 들꽃을 중심으로 나무뜰을 가꿔 시민들의 생태교육장과 시민휴식처로 활용하고 있다.

민주공원의 중심인 민주항쟁기념관은 가운데가 동그랗게 뚫린 특이하고 재미있는 건물 형태를 띠고 있다. 1층과 3층으로 출입할 수 있으며, 전체 건물이 원형 램프로 연결돼 있어 휠체어를 타고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민주항쟁기념관 중앙에는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고통, 인내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우뚝 솟아 민주화 운동의 드높은 기상을 드러내고 있으며, 밤에는 조명을 밝혀 멀리까지 횃불이 타오르는 모양을 볼 수 있다.

또한 민주항쟁의 지난했던 역사와 대동세상에의 꿈을 담은 1500호 크기의 대형 '민주항쟁도'(재중동포 이철호 옌벤대 교수 작)가 박종철 열사 15주기를 맞는 2002년 1월 12일에 공개됐다.

   
 
  ▲ 민주항쟁기념관의 전시물  
 

2003년 10월에 재개관한 늘펼쳐보임방(상설전시실)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자료 전시실로서, 또 부산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공원의 늘펼쳐보임방은 국내는 물론, 해외의 많은 사람들의 찾아오고 있으며, 부산에서 꼭 찾아봐야 하는 필수 코스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부산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체험을 통해 '함께 잘 사는 건강한 공동체'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또한 잡은펼쳐보임방(기획전시실)은 민주공원의 성격에 맞는 행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와 퍼포먼스 등을 위한 공간이다.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 3월부터 다양한 전시를 갖고 있는 잡은펼쳐보임방은 4·5·6월, 10월에는 항쟁기념일에 맞게 기획 전시를 갖고 있으며 어린이, 여성, 도시, 환경, 인권 등 다양한 문화적 코드와 대상을 결합한 전시를 펼치고 있다.

민주공원은 살아있는 역사 교육장이자 체험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은 그 중심 줄기를 이룬다.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민주시민교육 사업들은 크게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초·중등 교사 대상 프로그램 등이 있으며 재미있고 다양한 문화행사와 전시 등을 통해서도 진행된다.

또한 청소년들이  어려운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각종 게임기법을 동원해「민주랑 평화랑 놀자」등 길라잡이 책자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살아있는 역사 교육장

민주공원이 들어선 중앙공원에는 1983년 용두산 공원에서 이전한 70m 규모의 충혼탑을 비롯해 해전승전기념탑 등 전쟁기념물이 있고, 다양한 조형물들이 조각공원에 세워져 있다. 중앙공원을 찾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충혼탑이다.

민주공원의 맞은편 능선에 위치한 이 탑은 거대한 규모와 가시성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이 위압감과 권위를 느끼게 한다. 충혼탑의 외형이 수직적이고 거대한 이미지와 민주공원의 자연스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룬 경관이 자연스럽게 대비된다.

민주공원과 중앙공원은 부산에서 역사적 상징물이 가장 많이 들어선 공간이다. 이처럼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이 단일한 공간에 기념물과 기념건축물들로 집결한 경우는 드물다(정호기  著「한국의 역사기념시설」).

   
 
  ▲ 민주공원을 마주하고 있는 현충탑  
 
또한 부산의 랜드마크인 부산타워(118m), 부산근대역사관, 세관박물관, 박산 안희재 박물관 등이 인근에 집결돼 있는 등 중구 문화네트워크의 이점을 지니고 있다. 민주공원은 역사테마공원화 사업을 하나하나 구체화시키고 있다.

특히 민주공원은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기념 공간들 가운데 시민단체가 관리와 운영을 모두 주관하는 유일한 시설이다. 다른 지역의 민주화운동 혹은 과거사 관련 기념 및 추모단체들이 이를 배우기 위해 주시하고 방문이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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