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경(제주외고 논술교사)
"아가야~ 미안해!"
신기함과 감격스러움으로 딸을 처음 품에 안고 내가 한 말 중 하나다. 뭐가 그리 미안했을까. 그때는 미처 몰랐다. 엄마란 평생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출산 후 몇 달 동안은 시리고 쑤시는 온 몸의 통증, 쏟아지는 잠, 책대로만 되지 않는 육아, 세상과의 단절로 인한 괴리감 그리고 알 수 없이 밀려드는 우울함과의 싸움이었다. 그런 싸움, 싸움이라기 보다는 갈등 속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순간순간 딸아이에게 풀게 되었다. "왜 우는데? 말을 해야 엄마가 알지" "왜 안 먹는데?", "왜 안 자는데?" 짜증과 불만이 쌓인 엄마인 내가, 눈도 귀도 안 트인 갓난 아기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그런들 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아기인 걸 어쩌란 말이냐? 그렇게 말해놓고는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네 마음을 몰랐어! 미안해"라고 자는 아기에게 용서를 구했다.
시간이 흘러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또다시 나는 우리 딸에게 매일 미안해하고 있다. 출근을 위해 아침 7시부터 잠자는 아기를 깨워야 하고, 밤 9시면 자야 하는 아기를 늦은 퇴근때문에 10시가 넘어야 재울 수 있다. 그리고 분유를 싫어하는 아기에게 매일 젖병을 물리고 있다. 그러니 나는 매일 아침, 저녁, 끼니때마다 딸아이에게 많이 미안하다.
엄마란 존재도 인간이라 아프고 힘들면 제 몸 먼저 돌보는 게 당연지사인데 왜 자식에게 미안해하는 것일까. 엄마도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그 속에서 도전하고 성공하기를 원하며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는데 왜 그것이 자식에게는 미안한 것일까. 아기도 한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의 고통과 아픔을 감수해야 하는것인데 왜 엄마는 자기 자식이 그런 것들을 경험하는 것을 마음 아파하는 것일까.
그건 단 하나, 엄마이기 때문이다. 엄마라서 항상 미안하고 그 미안함을 해결할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란 존재가 되지 말아야 하거나, 부모가 되지 말아야 해결할 수 있는데 난 이미 엄마가 됐으니 오늘 아침에도 잠에 취해 낑낑대는 딸아이를 품에 안고 말한다. "예림아~ 엄마가 미안해! 주말에는 예림이랑 많이 놀아주고, 아침잠도 푸욱 잘 수 있게 해줄게!" 그리곤 출근길 친정 엄마가 생각 났다. 나도 내 딸 예림이처럼, 우리 엄마의 딸이기에 지금까지도 항상 나에게 미안해 하는 든든한 우리 엄마, 부모님이 곁에 계시기에 나는 눈물 나게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