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야생동물 농작품 피해 보상 결정…액수 농가 예상 못 미쳐 불만
피해보상보험 오히려 손보사 배 불릴까 우려

 최근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도 전역에 걸쳐 극심해지면서 농작물 피해 보상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보상 산정 방법이나 액수가 농가의 예상에 못 미치면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17일부터 '2009 제1차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 보상금 지급 결정' 통보서를 각 읍·면·동을 통해 41개 피해농가에 개별 통지했다.

 행정당국은 제주도 야생동물에 의한 가축 및 농작물 등 피해 보상 조례 제4조 제2항 및 같은 조례 시행규칙 3조1항에 따라 피해현장 조사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거쳐 그 결과에 의한 각 품목별로 구분 보상금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민들은 산정방법이나 액수가 예상한 것에 못 미친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권위있는 전문위원들이 적절한 방법으로 객관성있게 보상금을 산정한다고 하지만 조사시기가 작목별 생육시기와 달라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농작물 초반이나 중반에 피해가 있었다해도 수확이나 수익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많고 분기별로 이뤄지는 심의과정도 조사시기에 따라 예상외의 다른 변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농민들이 야생동물로 인해 밭이 쑥대밭이 되면 가장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 하는 일은 제 자식 키우듯 알뜰살뜰 애써 키워온 작물이 수확의 기쁨을 눈앞에 두고 한순간에 버려져야 하는 비통한 심정을 보상금 일부가 메꿔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을 쉽게 받아 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요즘 한라산에서 뛰노는 야생노루를 안방에서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제주시 절물휴양림에 가면 뛰노는 노루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노루야 나랑놀자' 프로그램이 인기라는데 농가에서는 노루만 봐도 피해를 입은 밭·들이 생각나 치가 떨린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때문에 최근 농사에 회의를 느끼는 농민들도 잇따르고 있다. 

 한 농민은 "농자재 가격도 오르고 농작물을 팔리지 않고 요즘 같은 시기에는 차라리 모든 것을 포기하고 농사를 접고 싶다"며 "때문에 야생동물 피해 보상도 관례적인 보상보다 현실적인 위로가 돼야 한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농민은 "약한 자가 농민인데 아무리 적은 액수의 보상이라도 군말없이 받는 것이 상책"이라며 "요즘같은 시기에 농사를 지으면 미련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농자천하지대본이 아니라 농자미련곰탱이라는 말이 더 알맞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에서 이번달 중으로 야생동물에 의한 가축 및 농작물 피해 보상과 관련, 보상액의 객관성 및 예산운영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야생동물 피해 보상 보험'에 가입하고 권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손해보험회사 배불리기와 더욱 복잡한 보상논쟁이나 불러 일으키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현실적인 대책 등을 마련해 힘든 농심을 위로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박 용 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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