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갤러리하루 대표·제주대 건축학부 겸임교수)

서귀포항을 미항으로 꾸미려는 계획이 세워진 지 몇 년이 지났다. 많은 우여곡절속에서 결국은 거대한 시설물이 하나 세워졌다. 커다란 유선형의 화려한 다리가 서귀포 앞바다의 섬에 들어섰다. 참 예쁘다. 예쁘긴 한데 왜 이렇게 마음 한구석이 아려올까.

이참에 우리는 무엇을 아름답다고 말하려고 미항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천지연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계곡, 개성있는 섬들이 만드는 아기자기한 해안선, 해안선의 절벽과 폭포. 그야말로 선계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더욱이 그곳에는 역사적인 이야기도 있어서 그 자체로 하나의 보물이다. 그런데 하나하나 의미가 있고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고 이미 그 자체로서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이 오히려 가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콜로라도의 덴버는 록키산맥의 능선을 도시 안 어디에서도 볼 수 있도록 도시 내 건물 높이를 제한하고 있다. 뉴욕 맨하탄도 맨하탄 외부에서 고층건물의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도록 주변 지역의 건물 높이를 제한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으로는 제주와 비교하기 힘든 서울도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귀포 미항은 어떤 모습을 아름답다고 말하려고 하는 걸까. 경관을 보호한다고 하면 그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지점이 잘 보이도록 일정 지역에 대해 제한을 두어야 한다. 지금 서귀포 미항은 가장 아름다운 지점이 어디인가. 아마 부두에서, 부두 앞 도로에서, 부두 앞 절벽 위에서 바라보이는 바다의 풍경이 아닐까. 오색의 깃발을 매단 배들과 바다와 섬과 수평선들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 할 수 없으며, 이는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보호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하지만 커다랗고 예쁜 다리 때문에, 파도를 막기 위한 방파제 때문에, 부두를 점령하고 있는 사무실 용도의 컨테이너 박스들 때문에, 그리고 무분별하게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수평선과 섬이 안보이고 있다면 우리는 제주의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크고 거대한 아름다움은 그만한 그림자를 가져온다. 그보단 인간적인 크기의 아름다움을 먼저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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