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발인식 시작…유족과 측근, 추모객 등 수만명 운집

   
 
   
 
[노컷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끝났다.

노 전 대통령의 발인식은 그야말로 침통, 오열, 깊은 슬픔속에 엄숙히 거행됐다.

발인은 29일 새벽 5시 육해공 군 의장대 10여명이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관에 태극기를 감싸면서 시작됐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 노 전 대통령이 퇴임후 받았던 무궁화 대훈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관 순으로 분향소로 향했다.

노 전 대통령의 관은 노란 국화와 하얀 국화로 장식된 검정 캐딜락 운구차에 모셔졌으며 가족들은 분향소로 자리를 옮겨 마지막으로 집 앞에서 음식을 대접하는 예인 견전절차를 치뤘다.

먼저, 견전은 노 전 대통령의 장남이자 상주인 건호씨가 노 전 대통령 제대에 술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건호씨는 눈이 퉁퉁 부어 한눈에 봐도 아주 지치고 수척한 모습이었고, 아버지에게 올리는 마지막 술잔이어서 그런지 잔을 올리고 두번 예를 지내면서 오랫동안 몸을 숙였고, 슬픔을 눌러 담는 듯 어깨를 살짝 떨기도 했다.

고인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인 독축은 사직대제 기능전수자인 이홍경 선생이 맡았다. 이어, 분향소 앞마당에 있던 수백여명의 장례위원과 가족들은 합동으로 다시 두번 예를 올리면서 견전은 마무리됐다.

마지막으로 노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을 조카인 박상은 변호사가 들고, 노 전 대통령이 보냈던 사저로 가족들과 함께 향했다.

◈ 권양숙 여사 등 가족들 슬픔 삼켜

권양숙 여사는 발한걸음을 옮기기 힘들정도로 지친모습이었지만, 입을 굳게 다물고, 손녀의 손을 꼭 잡은채 사저로 향했다.

상주인 건호씨는 손을 앞에 모으고, 눈물을 참으려는 듯 입을 힘주어 꾹 다물어 슬픔을 삼켰고, 딸 정연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바닥으로 떨궜다.

분향소에서 사저까지 이르는 길은 약 500m 정도이다. 노 전 대통령 생전에 그렇게도 자주 오가던 길목이었는데, 가족들은 노 전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함께 걷는 길이라는 애끊는 슬픔에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를 지켜보는 조문객들은 오열했다. "노 전 대통령님 편히 쉬세요, 노 전 대통령님 사랑해요"라며 고인의 가는길에 아쉬운 한마디를 남겼다.

또, 권양숙 여사에게 힘을 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했고, 이에 권 여사는 목례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운구차가 분향소를 서서히 빠져 나가는 순간, 조문객들은 일제히 노 전 대통령의 상징적인 색깔인 노란 비행기를 운구차에 날렸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뒤 내려왔을때는 노란 풍선이 날려졌다.

가시는 길은 그때보다 수백배 많은 이들이 너무 아타까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길을 지켜보며 , 그동안의 아쉬움, 애통함을 담은 종이 비행기를 날렸다.

현재, 고인을 실은 운구차가 빠져나가자 조문객들은 누가 먼저할 것없이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인 '상록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울면서 합창했다.

또, 운구차가 천천히 빠져나가자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를 쓰다듬으며 "그동안 고마웠다. 편히 쉬십시오"하며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 운구차는 정든 고향마을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80에서 9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게 된다. 오전 11시 열리는 경복궁 영결식장까지는 중간에 휴식시간 20분 가량을 포함해 약 5시간 20분이 걸릴 예정이다.

◈ 발인직전까지 조문객 수만 명 운집…눈물로 지새워

한편, 이제 노 전 대통령을 보내야하는 이별의 시간이 가까와서 일까, 밤새 봉하마을은 그야말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큰 슬픔에 빠졌다.

추모행렬은 밤새도록 분향소에서 약 2km까지 이어졌다. 약간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불구하고, 조문객들은 동요없이 엄숙한 분위기에서 헌화차례를 기다렸다.

조문이 끝내도 추모객들은 대부분은 노 전 대통령의 발인을 보려고 밤을 지새웠다. 때문에, 분향소 인근에는 차가운 바닥에 얇은 옷하나만 깔고 새우잠을 청하는 추모객들도 많았다.

특히, 새벽 12시에는 노 전 대통령이 즐겨 부른 노래인'상록수'가 울려 퍼졌다. 장례위측이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뜻에서 마련됐는데, 이곳 봉하마을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100여개 분향소에 일제히 흘러나왔다.

봉하마을 공터에 있던 추모객들은서로 얼굴도 모르는 남남이지만, 이때만큼은 촛불을 흔들면서 한목소리로 상록수를 합창하면서, 함께 노 전 대통령을 잃은 애끊는 마음을 달랬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너무 슬퍼하지 마라'고 남겼지만, 일주일동안 눈물에 젖었던 봉하마을은 노 전 대통령을 보내는 그 순간까지 마르지 않는 눈물이 이어졌다.

hk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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