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지역 인재 키우자
4+1핵심산업, 물·기후·문화콘텐츠·말(馬) 등 차세대산업 이끌 전문인력 없어
학부·대학원·연구소 개설, 산·학연계 등 인력 양성 위한 교육 인프라 구축 시급

 글로벌시대 경쟁력의 원천은 사람이다. 동북아 최고의 국제자유도시를 꿈꾸는 제주도의 4+1핵심산업(관광·교육·의료·청정1차+첨단산업)은 물론이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로 선정된 물산업과 관광·레저산업의 성패도 결국은 사람에 달려있다.
 신화·설화  등 '제주의 것'을 활용한 영상·문화콘텐츠산업, 기후변화에 대응한 녹색에너지산업 등도 제주를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를 주도할 전문가가 태부족하고 지역 인재 양성시스템도 부실해 자칫 '남의 밥상'만 차려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력양성없는 신성장산업

 예래휴양형주거단지와 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등 제주국제자유도시 선도프로젝트를 비롯해 영어교육도시, 물산업클러스터 등은 제주의 산업지형을 바꿀 대형사업들이다.

 그러나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이상이 투입되는 이 사업들에 대한 접근방식은 투자유치에만 매몰돼 필요한 인력수급과 양성에는 손을 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역의 '싱크탱크'이자 인재 양성의 요람인 대학들이 인력 육성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중인 '광역경제권 선도사업 인력양성사업'을 신청한 제주대의 사례는 이러한 지역대학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 사업은 수도권을 제외한 6개 광역경제권별로 1~2개의 4년제 대학을 선정, 올해부터 5년간 대학별로 연간 50억원내외씩 총 5000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제주대가 물산업과 관광·레저산업의 인재양성사업을 신청했으나 선정평가위원회에서 혹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대에는 물산업의 기본인 지하수와 관광·레저산업의 핵심인 마이스(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산업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인력양성에 필요한 지질학과와 컨벤션 관련학과가 없다. 때문에 제주대는 관련 연구소와 대학원 및 학부 과정 신설에 대한 계획을 우선적으로 세워야 했지만 기존 과들을 수십개씩 묶은 나눠먹기식 사업계획을 신청, 심사위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설령 선정이 되더라도 사업비가 축소되거나 향후 교육프로그램, 산업체와의 협력 실적, 취업률, 만족도 등 성과평가에 따른 불이익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 ‘제주형 산업’ 사람키우기 고민없어

 '제주의 것'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제주형 산업'에서 인력문제는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산업 틈새시장 찾기에 나선 가운데  제주도는 문화콘텐츠발굴과 섬 환경을 활용한 바다스튜디오 건립 및 영상물 제작 후반 작업 환경 조성 등을 골자로 하는 제주형 영상산업 중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풍부한 설화를 토대로 변용이 가능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국 유일의 바다스튜디오를 통해 영화제작지로 부상하는 한편 영상물 제작의 후반작업이 가능하도록 제반시설을 갖춤으로써 명실상부 영상과 관광, 문화의 산업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하지만 여기에는 '건립'이라는 하드웨어만 있을 뿐, '사람 키우기'에 대한 고민은 밀려있다.

 도내 영상 교육이 서너 기관에서의 단순한 기술전수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과, "영상 전문가는커녕 엑스트라 구하기조차 힘들다"는 어느 감독의 토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상전문가 육성도 아직 먼 일이다. 제주대에 지구해양과학과가 있지만 기후에서 자원, 에너지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이수 과정임을 감안할 때 기상 전문가 배출 통로로는 미온하다는 지적이다.

 문화재 발굴 분야 역시 마찬가지. 대형 개발 사업에 따른 문화재 발굴 수요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도내에 고고학과가 없는 탓에 관련 인력이 배출되지 않은 지 오래다. 현재 제주에서 문화재 발굴 조사가 가능한 곳은 제주박물관과 제주문화유산연구원 두 곳. 이 곳 연구원 대부분은 타지자체에서 관련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마(馬)·의료·신재생에너지 등의 산업 관련학과들도 신설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출발점인 대학에서부터 배움이 차단, 전문가가 키워질 토대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경쟁력 강화 위한 교육과정 개편을 

  학문과 일자리의 현실적 타개책으로 산학연계시스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대학교육이 산업현장과 거리가 먼 것을 지적, 산업인력 수요를 감안한 대학 교육과정의 개편과 체계화를 강조한다.

 여기에는 '계약학과'가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성균관대-삼성전자 간 휴대폰학과나 부산대-LG전자 간 냉동공조에너지학과의 경우처럼, 대학이 국가나 지자체·기업 등과 계약을 맺고 특정 분야의 정규 학과를 개설, 맞춤형 인재육성에 투자하는 것이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전국 46개 대학에 152개의 계약학과가 개설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부터 설치기준을 완화하고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등 계약학과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인력 육성 없는 투자, 개방은 아무리 뛰어도 제자리인 '외발질주'라고 강조한다. 지역이 스스로 필요한 전문가를 양성해내는 것은 산업 경쟁력 향상의 단초 일 뿐 아니라 청년들에게 유망한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경제의 토대를 튼튼히 다지는 작업이며 대학의 경쟁력 제고와도 직결된다는 것이다. 

 당장 수요가 없더라도 긴 안목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을 이끌 전문가 육성에 나서야 한다. '사람이 없다'는 기업과 '일자리가 없다'는 실업자들 간 간극을 메우는 것은 제주도와 지역대학을 비롯한 지역사회 전체의 몫이다.

문정임 기자 mungd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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