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현장을 가다 <1>프롤로그
'은밀하고 빠르게' 자연의 복수 시작
먹이 사슬 얽힌 바다 '수온 변화' 직격탄…식생 전쟁도 뚜렷 농업도 대비해야

우리나라 최대 군락인 한라산 구상나무가 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대박이었다. 지난 3월9일 서귀포시 동남쪽 해역에서 참다랑어 9000여 마리가 잡혔다. 이날 잡힌 참다랑어 가운데 300여마리는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히는 것보다 2배 이상 큰 대형개체(100∼180㎝)였다. 이날 참다랑어는 1마리당 25만원에서 최대 270만원에 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돈 벌었다"며 좋아했지만 이것은 자연의 복수 중 하나였다.자연의 복수는 은밀하고도 빠르게 우리 환경과 생활에 침투하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늦을지도 모른다. 

▲ 흰동가리돔

▲ 제비활치

 

 

 

 

 

 

 

▲ 씬벵이

▲ 깃대돔

 

 

 

 

 

 

 

▲ 두동가리돔

▲ 곰치류

 

 

 

 

 

 

 

 

 

▲ 쌍가시육각복
▲ 세동가리돔

 

 

 

 

 

 

 

△바다는 이미 아열대
바다의 생명은 수온에 달려있다. 단지 1도의 수온만으로도 생물종 자체가 변하기 때문이다. 먹이그물로 뒤얽힌 바다에서 단 하나의 변수는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에서 지난달 1일 남해연안 표층수온과 관련한 '위협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남해 전역에 20개의 연안관측소에서 지난 1965년부터 2007년 여수연안 수온자료를 분석한 결과, 43년동안 연평균 수온이 1.3도나 증가한 나타났다. 특히 겨울철인 2월의 수온상승(2.4도)은 여름철인 8월의 수온상승(0.7도)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계절변동폭은 감소하고 겨울철 온난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제주의 연안도 마찬가지다. 제주기후변화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연안 평균 표층 수온은 지난 1934년부터 2004년까지 80년간 1도 가량이나 상승했다. 최근 20년간(1985년∼2004년) 0.55도나 올라 급격한 수온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어종 변화를 비롯해 생태계 교란종 확산, 갯녹음 현상 가속화 등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서귀포에는 대표적 난류 어종인 삼치와 멸치가 풍년을 이뤄 위판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으며 전국적으로 지난 30여년간 고등어, 멸치, 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은 최고 6개까지 늘어난 반면 명태, 대구 등 한류성 어획량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998년 마을어장 1만4451㏊ 가운데 2931㏊ 였던 갯녹음 현상은 지난 2004년 마을 어장의 31%인 4541㏊로 1.5배 증가했으며 분홍멍게, 바퀴고둥 등 이상번식종이 최근 제주연안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육지는 소리없는 전쟁중
지난 1930년부터 2000년까지 도내 평균 기온은 1.5도 상승했다. 때문에 지난 1930년대 53일(평균기온 기준)이던 겨울은 1990년대 17일로 36일 줄었고 가을은 4일 짧아졌다. 반면 봄은 10일, 여름은 30일 증가했다.
지난 1930년대 1360㎜였던 연평균 강수량은 1990년대 1500㎜로 많아졌으며 141.3일(1930년대)이던 강수일수는 123.3일(1990년대)로 줄었지만 강수강도는 10㎜(1930년대)에서 11.8㎜(1990년대)로 늘어났다.
이같은 급격한 변화로 땅에서는 소리없는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특히 제주도 중심에 있는 한라산은 해발고도에 따라 아열대부터 아한대까지 식생이 한 곳에 위치하면서 치열한 식생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라산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 20여년전만 하더라도 한라산 해발 1400m 이상 지역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참억새는 현재 해발 1400m∼1500m일대에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해발 1700m 윗세오름 일대까지 고지대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해발 1500m까지 소나무가 이동하면서 기존에 자생중인 산철쭉 등의 관목림 분포범위를 감소시키고 있으며 구상나무 등 한대성 목본식물에 비해 경쟁 우의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의 대표 과일인 감귤은 기온상승으로 최적지가 넓어지고 있으며 전남과 경남 등으로 재배지역이 확대되면서 온난화에 적합한 과수 도입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나서야
전문가들은 제주도가 한반도 기후변화의 바로미터라는데 이의를 두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토의 최남단에 위치, 난류 등으로 아열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한라산, 곶자왈 등은 다양한 식생을 포함해 식생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도내 온난화 현장을 돌아보며 현상을 확인하는 일 역시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도내 곳곳에서 일어나는 온난화 현장에서 기초조사와 실태 파악 등 할 일이 많다.
김대신 한라수목원 연구사는 "한라산이 온난화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등 제주가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다"며 "온난화의 특성상 단기적으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각적이고 장기적인 연구·조사를 비롯해 관련 지원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조성익 기자 ddung35@jemin.com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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