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동화작가)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일 것이다.

9년 전, 제주도로 이사 가자는 남편의 말에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물설고 낯선 땅, 제주도를 서슴없이 선택한 것도 내가 읽은 책 한권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며, 나는 고등학교를 막 입학해서 읽게 된 책 한권을 소개하려고 한다.

서모셋 모옴의 '달과 6펜스'. 이 책이 내게 던져 준 파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주인공 찰즈 스트릭랜드는 상류층 프랑스인이다. 그런 그가 마흔을 넘긴 나이에 그림을    그리겠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을 버리고 돌연히 타이티 섬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는 이 대목에서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느꼈다. 놀라움 보다는 경이로움이 훨씬 더 컸다. 가족을 버린다는 것. 놀라며 분하고 억울해하는 그의 아내에게 그가 던진 말은 잔인함과 환타지를 동시에 느끼게 했었다.

 "나는 지금껏 당신과 아이들을 위해서 묵묵히 일해 왔고 돈을 벌어다 주었소. 하지만 이제   부터는 그 일을 그만두기로 했소. 아이들도 이제는 혼자 설 수 있다고 생각하오." 누가 이런 말을 자신의 아내에게 서슴없이 할 수 있을까.

고1 한창 예민한 사춘기 소녀인 때 나는 이 대목에서 마음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꿈에 대한 갈망이 어떠한 일을 만들어 내고, 서슴없이 어떤 일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사실은 그때 깨달았으니, 내게 있어서 그것은 단순한 충격을 넘어선 것이었다.

지금, 내가 제주도에 정착해서 제주의 귀신이 되겠다며 살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때 읽은 '달과 6펜스' 그 책을 읽고 받은 충격과 환희 때문이다.

이렇듯 책 한권이 가져다주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자녀들의 올바른 독서지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자녀들의 안전한 독서교육을 위해서라도 부모님들의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며, 적어도 한달에 한번쯤은 서점에 나가 알맞은 도서 선정과 독서방향을 제시해 보는 것도 자녀들을 위한 바람직한 독서교육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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