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홍·전 제민일보 편집국장>

   
 
   
 
제민일보의 '김태환지사 주민소환 관련보도'는 매우 조심스런 느낌입니다. '자기목소리'를 자제하고, 어느 한쪽에 치우침없이 객관적으로 보도하려는 의도가 뚜렷합니다. 심지어 외부기고마저 균형을 맞추려고 합니다.

그건 나쁘지 않습니다. 어설프게 '자기목소리'를 내어 괜한 소리를 듣기보다는, 차라리 그것을 자제하고, 그 과정을 객관적으로 보도하여 독자 스스로 판단케 하는 것도 하나의 보도전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것이 바로 '객관적 보도'입니다. 보도의 양과 질의 '산술적 균형'은 두말할 필요없고, 보도용어의 선택에서도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객관적 보도'임을 자처하면서 가치판단의 의미가 있는 용어를 함부로 사용할 경우, 그 자체가 '편파보도'라는 의심을 삽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어느 한쪽이 '갈등의 증폭'이라 표현했다고 하여 그것을 무심코 받아들여 인용문이 아닌 기사내용에 그대로 사용할 경우, 그건 공정치 못한 보도가 됩니다.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갈등의 증폭'과 그 반대가 전달하는 메시지 차이는 엄청납니다. 그래서 기자는 용어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이쯤되면 기자노릇하기 참 힘들어집니다.

그러나 '객관적 보도'가 '아무 것도 아닌 관점'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그건 어떤 측면에서 대상을 표상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아무리 '객관적 보도'라고 할지라도, 객관적으로 그것을 정리하는 기준만큼은 분명해야 합니다. 관련된 모든 사안을 사실성에 입각하여 보도해야 할뿐 아니라, 보도사안과 관련하여 '무엇이 가장 중요한 사안인가'에 대한 선정까지 정확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이른바 '주민소환'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제민일보의 보도를 위주로 한다면, 대체로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민소환'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갈등의 증폭'이라고 표현합니다. '주민소환'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지역사회에 있는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신문은 이 두 주장을 균형있게 보도하면 그만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객관적 보도'라고 하더라도, 본란이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해왔듯, '사회쟁점을 구조화'하는 신문의 역할을 소홀히 해선 안 됩니다.

어느 사회에나 갈등은 있게 마련입니다. '주민소환'이 갈등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설령 갈등이라고 한다면, 오늘의 문제는 그것을 생산적으로 유도할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것을 정리하는 것이 바로 '신문의 몫'입니다. 갈등을 더 큰 평온으로 유도하기 위해 '주민소환'을 정리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객관적 보도의 기준을 '그 생산적 관리'에 둬야 합니다.

갈등에는 정반대되는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사회발전의 촉진제가 된다는 긍정적 의미와, 지역사회발전을 저해한다는 부정적 의미입니다. 그러나 순기능을 하는 갈등이 따로 있고, 역기능을 하는 갈등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의 갈등에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 생산적 관리의 필요성입니다.

'주민소환'에 의한 갈등은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조직의 구조 그 자체에 의해 강요된 대립의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그 해결의 흐름은 '주민자치'이어야 합니다. 그것의 다른 의미는 또 다른 강요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입니다. '객관적 보도'를 하는 취재기자들의 냉철한 판단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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