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홍 <전 제민일보 편집국장>

   
 
   
 
여기저기서 '자연위기'의 징후가 보입니다. 이른바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에서, 그리고 각종 개발계획에서…. 그 뿐만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의식 속에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다시 한번 제민일보의 환경저널리즘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한 사회의 발전은 '자연적 질서'에 의해 저절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발전은 '개발'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고정된 조화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욕구뿐만 아니라, 미래의 그것과 조화를 이뤄나가는 역동적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항상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이때 만일 선택이 고통스럽다고 하여 손쉬운 개발방법만을 추구할 경우, 오히려 그 자체가 독(毒)이 될 수 있습니다. 언론은 그 과정을 제대로 읽어내야 합니다.

자연환경보존과 발전은 분리된 과제가 아닙니다. 두 문제는 철저히 결합돼 있습니다. 현재의 표면적인 개발 속에 감춰진 자연 남용의 메카니즘을 분명히 따지지 않고서는 우리의 자연은 보호될 수 없습니다. 개발이라는 개념에는 분명 '한계'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 '한계'라는 의미에 눈을 감아버리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오늘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은 그 한계를 제대로 인식하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들 머릿속 세계'의 장벽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연을 순전히 공리적으로만 보는 그 장벽에서 벗어나면, 우리의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편적인 세계관은 단편적인 사고(思考)를 만들어냅니다. 자연을 순전히 공리적으로만 보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한, 자연을 조각조각 파편덩어리로 날려버리기 위한 '음모'에 별로 놀라지 않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무관심 속에 그 이미지대로 우리고장의 자연을 조각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제민일보는 이제 자연에 대한 청지기적 소명의식에 따라 우리와, 이 '아름다운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다른 방식의 이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우리 자신의 감성과 지성을 온전히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고장의 오늘이 있게 한 자연적 진화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종(種)들의 사회적 역사는 서로 분리되지 않습니다. 사회적 진화는 실질적으로 자연적 진화가 명백하게 그 영역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그럴진대 어찌 오름 자락에 피어있는 이름모를 들꽃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있겠습니까.

자연에 대한 관심을 개인의 주관적인 선호와, 환상과 편견의 문제로 만들어서도 안 됩니다. 그만큼 언론은 치열해야 합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자연은 창밖으로 보이는 '정적인 파노라마 속에 동결된 경관'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생명의 원천입니다.

자연이 주는 심오한 이치와 풍요함을 모른 채, 그저 입으로만 생태주의 지적사고를 운위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입니다. 그것이 환경정책으로 이어지고 개발현장에 곧바로 적용돼야 합니다. 툭하면 환경과 개발의 조화를 내걸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예 개발 쪽에 서고 마는 정책당국의 이중성을 철저히 고발해야 합니다. 그 책무를 소홀히 했다가는 자칫 우리 후손들은 '우리가 조각낸 파편을 줍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일이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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