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지키는 사람들> 12. 송정희 한국아동국악교육협회 제주지부장
"덩 덩 쿵따쿵" 장구소리가 요란하다. 궁채와 열채로 장구 연주하는 아이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하다. 제주시 화북동에 있는 (사)한국아동국악교육협회 제주지부에서는 문화예술 연계 교육지원사업인 '2009년도 아트리치프로그램'진행이 한창이다. 아동대상의 국악교시를 열게 된 것은 송정희씨(한국아동국악교육협회 제주지부)의 오랜 꿈이다. 10여년전 예술판에 발을 디딘 그는 공연기획자로 역량을 키웠다. 허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송씨는 좌절했고, 방황했다. 그러다 만난 '아동국악'으로 그는 새로운 예술인생을 걷고 있다.
#'공연기획'에 꽂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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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희 한국아동국악교육협회 제주지부장 | ||
원래 송정희씨(38)의 꿈은 '무대미술가'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한때 연극판을 기웃대기도 했다.
그러다 민요패 소리왓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 97년 1월이다.
그는 후배의 권유로 소리왓의 국악교실에 수강생으로 참가했다가 그만 국악의 매력에 빠지고 만다.
그는 98년부터 2004년까지 6년간 소리왓에 적을 두고 사무국장이자 공연기획자로서 소리왓 사람들과 정기공연, 전국 순회공연, 창작국악동요제를 잇따라 개최했다.
특히 송씨는 창작국악동요제에 쏟은 애정이 각별했다.
송씨와 소리왓 사람들은 "제주에서 제주어로 창작민요를 만들어 보급해보자"는 취지에 공감, 변변한 지원조차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창작국악동요제를 개최했다.
창작국악동요제를 개최하는 것은 그에겐 '작은 기적'과도 같았다.
창작국악동요제에 투입되는 수천만원의 예산과 싸워야 했고, 공연자 섭외며, 선곡 작업, 의상, 무대까지 1인 10역의 업무가 매년 그와 소리왓 사람들에게 심적인 부담감을 안겼다.
그때마다 "민요가 창작되지 않으면 전통의 맥은 끊긴다"는 절박감으로 힘든 것들을 견뎌냈다.
송씨는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공연기획이면 기획, 홍보면 홍보 등 소리왓을 대중에 알리는 작업에 매진했다. 자심감은 송씨에게 큰 자산이었다.
"소리왓은 제주전래동요, 국악으로 다져진 소리왓만의 공연프로그램이 있기에 크게 성공할 것"이란 나름의 판단으로 활동을 했다.
하지만 의욕이 너무 앞선 게 화근이 됐다. 회원 간의 불협화음이 있었고, 그 바람에 송씨는 소리왓을 탈퇴했다.
송씨는 "문제는 내가 너무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했던 것에 있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고, 소리왓이란 크고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 소리왓과의 결별로 후회도 많지만, 그것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니 저에겐 성숙해지는 시간만 남았다"고 말했다.
#"아동국악 분야 통합교육 꼭 이룰 것"
이후 그는 제주민예총에서 실무진으로 활동하다, 2005년 한국아동국악교육협회 제주지부에서 '아동국악 교육가'란 지위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2007년부터 지금까지 지부장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다.
그는 어린이집, 초등학교에서 아동국악 강사로 일하며 '아동국악'에 대해 쏠쏠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애들이 과연 국악에 흥미를 느낄 것인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아동국악을 공부한 5 6살 된 아이들이 스스로 전래동요로 놀이하는 것을 보고 내 생각이 단지 기우였음을 알았다. 국악에 우리의 옛 놀이란 재미를 섞으니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송씨는 유치원·초등학교 교사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국악지도사 자격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저소득층자녀를 대상으로 문화예술 연계 교육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아동국악 분야 통합교육을 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장구 따로, 민요 따로'인 교육이 아니라 마당극에 민요, 악기, 탈춤 등을 섞어 국악의 다양한 면모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한다. 제주신화 등 제주의 옛 이야기를 갖고 아이들과 함께 만든 작품을 무대에 올릴 그 날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