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지키는 사람들> 13. 방금순 '맑은 먹을거리' 소통자

 빵에 감귤고추장을 발라먹었다. 오랫동안 과일잼, 케첩, 마요네스에 단련된 '입맛'을 지닌 탓에 감귤고추장을 마주한 순간 당혹스러웠다. 감귤고추장 발라먹기를 수차례. 입안에 달콤한 맛이, 새콤한 맛이 차곡차곡 쌓였다. 독특한 고추장 핫소스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는 말이 있듯, 우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밥상을 마주한다. 밥상의 감초는 양념이다. 고추장은 양념의 대명사다. 제주가을의 풍요를 상징하는 싱싱한 감귤을 조려 만든 천연식품 '빵에 발라먹는 감귤고추장'이 참살이(웰빙) 먹을거리로 뜨고 있다. 이 아이디어를 낸 방금순씨는 살림살이의 달인이면서 '맑은 먹을거리'의 소통자다.

 
#살림살이 달인의 아이디어 '감귤고추장' 

   
 
  방금순 '맑은 먹을거리' 소통자  
 

서울이 고향인 방금순씨(57·'맑은 먹을거리'의 소통자· '사리당스' 대표)가 제주에 닻을 내린 것은 70년대 말이다.

우연히 배낭여행으로 제주에 왔다가 제주풍광에 매료됐고, 결혼한 이듬해에 제주에다 봇짐을 풀었다.

이들 부부는 서귀포시 용흥동에 터를 잡고 3000평(9900㎡)에 달하는 밀감밭을 운영하며 살림살이를 꾸렸다.

그리고 여러 스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차(茶)문화에 눈뜨게 됐다.

음식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녀는 본업인 감귤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마구 버려지는 감귤을 어떻게 응용해볼 수 없을까"를 궁리하게 됐다.

나물무침이나 육류요리에에 설탕 대신 감귤을 넣어 맛을 내기도 했다.

2000년대 초, 그녀는 감귤을 주재료로 해서 한국의 전통발효식품인 고추장을 현대화한 과일고추장 핫소스를 만들게 됐다.
 
"동네주민 한 분이 감귤로 고추장을 만들어 드시는 걸 보며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맛을 본 이후에는 감귤 활용으로 가능하겠지만, 이러면 잼으로 밖에 활용되지 않겠다고 여겨졌어요. 그래서 감귤고추장 아이디어를 냈지요."

'감귤고추장'은 이렇게 탄생됐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감귤고추장'은 빵에만 한정된 소스가 아니다. 밥, 비스킷, 샐러드, 스파게티, 불고기, 생선회, 스테이크 드레싱 소스로, 육류, 야채 볶음, 생선조림 등의 조리용 소스로, 햄버거, 치킨 등 패스트푸드에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지구촌 소스'다.


#"감귤고추장은 참살이 시대가 요구하는 식품"

   
 
  감귤고추장을 활용한 세계각국 요리  
 
 '감귤고추장' 아이디어를 낸 그녀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찻집 '수목원 가는길' 손님들에게 선보였다.  '채식+감귤고추장'요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채식+감귤고추장'요리를 시식한 손님들이 감귤고추장에 열광을 했고, 일부 손님들은 '함께 사업하자' '컨소시엄을 맺자'는 말로 큰 관심을 보였다.

 '감귤고추장' 의 인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2005년 제주 관광상품 공모전에서 창작 아이디어상 입상, 같은 해 전국 관광상품 공모전 창작 아이디어상 입상, 2007년 전국 아름다운 우리 농수축산물 아이디어 상품 공모전 입상 등의 영예를 누렸다. '감귤고추장'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인증도 받았다.

감귤고추장을 놓고 한때 식약청과 그녀가 '설왕설래'한 에피소드가 있다. 식약청 관계자가   "감귤고추장은 고추장이 아니"라고 우기다가 시식을 한 뒤에는 고추장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을 상대로 감귤고추장을 수출하고 있으며, 일본 등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감귤고추장'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뭘까. 방씨는 "무엇보다 경제논리에서 점차 밀려가는 감귤의 경제적 가치를 감귤고추장이 높이고 있다"면서 "먹을거리가 만연돼 있는 시대에 사람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각종 소스들이 오염된 데 대한 대안으로 참살이(웰빙) 먹을거리가 요구되고 있고, 감귤고추장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식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씨가 아이디어를 낸 감귤고추장은 주재료가 밀가루나 찹쌀가루가 아닌 감귤 85%의 순수 과일고추장이다. 여타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천연 식품이며, 순수 식물성 발효식품이다.

감귤고추장의 가치에 대한 그녀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녀에게 감귤고추장은  '어머니의 손맛'이란 체감으로 얻어진 자연식품, 경제적 가치에서 멀어져만 가는 감귤을 활용하겠다며 팔을 걷고 나선 한 주부의 당찬 긍지로 탄생한 건강식품이다.

그녀는 "감귤고추장이 개인의 부(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제주의 부, 한국의 부로 인정돼 상품화에 본격적인 중지가 모여든다면 '감귤 제2의 황금시대'가 온다고 확신한다"며 "감귤고추장이 제주의 주력산업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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