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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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수길 변호사 | ||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망인은 법률혼 처 사이에 3남 3녀의 자녀가 있고, 사실상 배우자와 사이에도 1남 2녀의 자녀를 둔 상태에서 사실혼 배우자와 44년간 같이 살다가 사망하자, 사실상 배우자와 그의 자녀들이 망인을 공원묘지에 안장하였다. 이에 망인과 법률혼 처 사이의 장남(원고)이 선산에 망인을 이장하여야 한다면서 망인의 유체인도소송을 제기하였고, 사실상 배우자와 그 자녀들(피고들)은 망인의 생전의사에 따라 망인의 유체를 공원묘지에 안장한 것이므로 원고도 이를 따라야 한다고 반박을 하였다.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사망한 경우에는 장남의 아들)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보면서, 사람의 유체·유골은 매장·관리·제사·공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유체물로서, 분묘에 안치되어 있는 선조의 유체·유골은 민법 제1008조의 3 소정의 제사용 재산인 분묘와 함께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고, 피상속인 자신의 유체·유골 역시 위 제사용 재산에 준하여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된다. 피상속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 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이상 그 의사는 존중되어야 하고 이는 제사주재자로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피상속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는 도의적 것에 그치고, 제사주재자가 무조건 이에 구속되어야 하는 법률적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판결)는 것이 대법원의 다수견해였고, 이 결과에 의하여 원고가 망인의 유체인도소송에 승소를 하였다.
그러나 제사주재자라는 것만으로 망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의 변경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사전에 누구나 자신의 신체(유체·유골)에 대한 결정은 법이나 선량한 풍속에 반하지 않는 한 최대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며, 자신의 의사가 사망으로 인하여 소멸해 버린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위 사안의 경우 망인의 혼령이 있다면 어느 자식으로부터 제사와 공양을 받기를 원할까? 제사주재자가 피상속인의 유체·유골에 대한 관리 처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망인의 의사에 반하여 마음대로 장례절차를 치르거나 유골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정당한 사유 없이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체, 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변경하는 것까지 허용될 수 없다고 보는 대법원의 반대견해가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