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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을 잃어가는 제주어…날개를 달아주자
현순실 기자
입력 2009-12-29 (화) 14:52:22 | 승인 2009-12-29 (화) 14:52:22


   
 
  탐라문화제 일환 제주어 말하기 대회
 
 

   제주어가 뜨고 있다. '언어가 없는 땅은 심장 없는 몸과 같다'는 어느 언어학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제주어는 소수 언어이자 문화유산이란 인식 전환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주어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움직임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제주어의 일상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일반 제주 가정에서 제주어 듣기란 TV에서 북한사투리 듣기보가 더 어렵다. 학교현장 역시 마찬가지.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 교사들의 인식부족 탓이다. 도내 관광 현장에서는 제주어가 흥미위주로 왜곡돼 전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주어는 해당지역, 세대, 언어공감을 끌어내는 아이템이란 측면에서 제주어의 활기를 지펴야 할 때다. (가제)'제주어 이야기' 연재에 앞서 제주어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제주어의 일상화 절실
 
 현재 제주사람들 중에서는 제주어를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다. 제주어 전문가가 "제주에서 제주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도민이 전체 56만 명 중 13%에 불과하다"고 밝힌 사실은 충격적이다.

 지난해 국립국어원과 제주대 국어문화원이 제주시에 거주하는 20·40·60대 7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는 제주어가 고사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20대 조사대상자의 80%는 제주어에 대해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답해 제주어의 소멸가능성을 높였다. 제주어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책이 절실해지는 대목이다.

 제주어의 올바른 보존을 위해 특히 학교 현장에서 두루 쓰여야 함이 강조됐다. 하지만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제주어 교육 활동은 여전히 미흡하다. 학교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제주어 교육자료와 기반, 환경조성이 미비하고, 교사들이 제주어 교육을 실시한다 하더라도 제주어에 대한 전문성 부족으로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교사가 수업시간에 전라도 사투리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전라도나 경상도 등 타 지역과는 대조적이다.

   
 
  제주 전통문화의 동맥이자 뿌리인 제주어 보존교육이 시급하다. 사진은 제주도내 한 학교에서 열린 제주어 수업시간.  
 
관광 자원으로서 제주어의 현실도 암울하다. 도내 관광 현장에서 제주어가 잘못 사용되거나 흥미위주로 왜곡돼 전달되는 사례가 빈번하지만, 아직까지 그 실상에 대한 개략적인 조사보고서마저 없는 형편이다.

 문화선업 콘텐츠 발굴 위주의 소프트 관광이 강조되고 있으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상물의 경우 원형→작품→상품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외래어가 남발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제주어 사용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동을 자아낼 수 있는 제주어 소재 발굴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제주어는 현재 대외적인 인지도가 낮아 낯선 외지인의 경우 의미 파악에 혼란을 주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관광자원화를 위해서는 적절한 해설 투자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 제주어보존국제학술대회  
 

 
 #제주어 조례 제정…"체계적인 조사 시급"
 
 제주어 조례는 제주어의 보전과 육성을 통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계승하고, 이를 전승·발전시킴으로써 향토문화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지난 2007년 제정됐다. 제주어 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원형을 잃어가는 제주어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사업이 활발히 이뤄졌다. 「제주어 사전」(개정증보판)이 도의 발주로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편찬됐고, 제주어심의위원회가 설치됐으며, 매년 탐라문화제가 열리는 기간이 제주어 주간으로 정해졌다. 제주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고, 제주어의 관광 자원화, 도민들의 제주어 사용능력 증진 등의 내용이 담긴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이 5년마다 수립하게 됐다.

 하지만 사라져가는 제주어의 보전과 전승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제주어의 지속적인 유지와 보전, 지원을 위한 노력을 위해 제주어 조례 제정 이후 후속작업들이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후속작업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이 제주어 연구 기능 확대다. 제주의 무형유산인 제주어 보존과 연구를 수행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제주도 차원의 연구소가 배치돼 있지 않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제주어 연구소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제주어를 정확히 구사할 수 있는 사람수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등 언어와 문화, 사회환경의 변화로 온전한 제주어가 사라지고 있음에도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의 제주어 자료구축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지역어 조사(2005~)를 추진하는 것과 달리 제주에서는 「제주어 사전」을 제외하고 제주어 보전을 위한 조사 작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체계적인 제주어 발전과 보전을 위해서는 제주도 차원의 자료 수집 및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주대 국어문화원 관계자는 "제주어 자료 집적은 제주사람들의 정신적 근간이 되는 제주어 문화유산을 축적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제주어 자료 집적은 단지 사업이 아니라 연차적이며 지속적인 사업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 고재환 전 제주교대 교수
 
 
"제주어 연구소 설치해야"
 고재환 전 제주교대 교수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이냐를 고민할 때입니다."

 고재환 전 제주교대 교수는 "제주도민이 제주어 사용을 일상화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제주 정신의 그릇인 제주어는 결국 사라지게 되기에, 제주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제주사회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교수는 "제주어의 올바른 전승과 보전을 위해서는 행정과 학교, 가정에서 제주어에 대한 인식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언론과 방송에서 제주어 관련 프로그램이나 지면 제작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어의 일상적 사용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며 "따라서 제주어 보존과 전승 차원에서라도 일상적인 제주어 사용을 권장하는 방안을 행정 시책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제주의 무형유사인 제주어 보존과 연구 수행을 위한 제주도 단위 연구소가 전무한 실정"이라며 "연구 기능의 활성화를 위한 연구 인력 확보를 위한 지원 및 연구 활성화를 위해  제주어 전문 연구기관이 조속히 설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허성수 제주어보존회 이사장
 
 
"제주어가 성해야 제주문화가 발전하지요"
 허성수 제주어보전회 이사장

 
 "제주어 발전과 보전은 제주어 사용의 일상화에 있지만, 제주어 사용은 노인들의 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허성수 사단법인 제주어보전회 이사장은 "급격한 생활환경의 변화로 전래적인 제주어가 1년에 수십개의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08년 사단법인 제주어보전회가 창립된 이래 제주어확대 보급 방안세미나, 제주 도새기축제행사 제주어퀴즈대회, 자연생태탐방 제주식물 연구회 활동, 제1회 제주특별자치도지사기 제주어말하기대회 등 굵직한 제주어 행사를 치러온 허 이사장은 제주어 보전을 위한 일상화 대책을 주문했다.

 허 이사장은 "제주어말하기대회를 개최해보니 각 마을마다 제주어 능력이 뛰어난 주민들이 있었다"며 "마을 훈장처럼 이들로 하여금 읍면동 교육시설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제주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진행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어를 방송매체에 체계적으로 보급하거나, 올레꾼들에게 제주문화를 알리는 책자를 펴내는 일, 관광가이드 대상 제주어 교육 등을 위해선 제주어 연구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순실 기자  giggy12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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