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지키는 사람들> 23. 도립무용단

#제주 춤에 빠지다
20년전, 춤예술로 척박한 문화토양을 기름지게 하리란 욕망 하나로 탄생한 도립무용단. 제주에서 전문 무용수를 눈 비벼 찾기조차 어렵던 시절이었다. 도립무용단의 탄생의 배경에는 제주민속예술의 보존과 계승이라는 취지 외에도 관광자원화로의 육성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제주가 '민속의 보고'라고 하지만, 민속무용이라든가 민속연회 활동이 다른 지역에 비해 활발하지 못한 현실이다 보니, 도립무용단을 통해 토속적 연희 형태를 발굴하고, 대중문화화하겠다는 뜻이었다.
여러 악재에도 도립무용단은 '민속의 보고'인 제주의 문화 특색을 춤으로 녹여내며 다른 지역에선 경험할 수 없는 제주만의 춤 예술을 기획했다.
도립무용단의 공연무대는 제주도내에서보다 다른 지역에서 더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는 "한국 전통 춤으로 손색이 없는 제주 춤의 기본 틀을 정형화하는데 목적을 두고 제주 춤의 맥을 찾아 나간다"는 취지로 올바른 의미에서 전통을 현대화시키는 작업에 구슬땀을 흘린 도립무용단원들의 열정이 담겨 있다.
이런 장점은 도립무용단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무용평론가들의 찬사로 이어졌다. 송종건 무용평론가는 '해녀 춤' '오돌또기, 장고춤' '허벅 놀이'로 이어진 작품 「돌의 무늬」을 보고 "공연내내 갯내음이 흥건이 젖어들게 한 이번 무대는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 국제화된 능력을 보여준 수준높은 작품"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제주에서 열린 '2004 무용축제'에서 도립무용단은 작품「참꽃의 속삭임」으로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전국의 내로라하는 공연팀이 대거 참여했던 이 축제에서 도립무용단의 공연은 예술성에서 이들 지역의 수준을 압도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세계로 향한 제주 시리즈' 활용방안 찾기
도립무용단의 공연무대는 무엇보다 제주인의 희로애락을 춤 예술로 승화했고, 한국 창작무용의 지향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도립무용단의 기량 넘치는 공연을 관람한 한 문화비평가는 "우리 문화유산이 서양문화의 잘못된 인식 속에서 그 정체성을 잃어가는 가운데, 제주도립무용단의 공연이 예술가들에게 새 희망을 품어줬다"며 호평했다.
현재 한국무용이 창작이란 미명 아래 춤사위, 무대구성, 반주음악, 의상, 호흡법 등 모든 분야가 서양의 현대무용처럼 된지 오래됐음을 상기, 도립무용단의 공연은 한국 무용계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도립무용단은 세간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꿈이 있다. '세계로 가는 제주 춤 시리즈'기획으로 제주 춤을 보편화, 문화자원화 하겠다는 거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세계로 가는 제주 춤 시리즈' 는 현재 대작품 36개, 소작품 21개, 재구성작 14개 등 많은 작품들이 기획, 제작됐다.
'세계로 가는 제주 춤 시리즈' 기획은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출신인 양성옥 안무자의 노고가 없었다면 제작이 거의 힘든 작업이었다. 사실 전통을 바탕으로 두면서 새롭게 창작하는 무용 작업이 무용창작 작업 충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인데, 제주도의 민속춤을 단순한 복원 차원을 넘어 새로운 작품으로 재창조 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다른 국공립무용단원 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인원, '제주 춤 시리즈' 제작을 포함한 1년 도립무용단 운영비 2억원이란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불구, 공연무대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26명의 단원들(남성 4명 포함)의 노력, 고춘식 지도위원의 열정도 빠뜨릴 수 없다.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특색 있는 제주설화 등을 전통 민속무용으로 재구성해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양성옥 안무자의 말처럼 도립무용단은 지역사회 아낌없는 관심과 지원이 잇따르기를 희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