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주CEO가 뛴다] <13>김방신 한국후지쯔 대표이사

   
  ▲ 김방신 한국후지쯔 대표이사(52)는 오현고,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현대자동차에서 경영전략, 마케팅, 홍보, 연구개발, 해외비지니스 분야 등을 두루 거쳐 현대자동차의 중국법인의 부총경리를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한국후지쯔 대표이사로 취임, 전문경영인으로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자동차맨’ 서 IT업계 전문 경영인 변신…취임 후 흑자 전환 성과 거둬
“한국 성장 기여하는 파트너가 목표”…칭찬·배려로 지역갈등 해소해야

# IT전문경영인으로 변신

"다분히 모험적인 일이었죠"

김방신 한국후지쯔 대표이사는 현대차 출신이다. 현대자동차에서 24년동안 경영전략, 마케팅, 홍보, 연구개발, 해외비지니스 분야까지 두루 두루 일을 익혀 상무까지 역임했던 그다. 현대차 시절, 안 가본 부서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일을 익혀왔으며, 부러 어려운 문제를 떠안은 부서에 자청, 해결사 노릇을 즐겨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한국후지쯔 대표이사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승부사의 기질이 발휘된 셈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6월 한국후지쯔 대표이사로 취임, 전문경영인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만 50세가 되던 해,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두어번 큰 도전이 필요한 때가 있으며 그러한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동차 업계에서 IT업계로 자리를 옮겼지만 업종의 다름 역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대표는 "IT를 빼고는 그 어떤 산업도 논의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며 "IT는 이미 삶의 한 부분으로서 각 분야와의 컨버전스가 대세가 아닌가"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 아래에서의 변화와 혁신 강조

취임 7개월 남짓이지만 그의 도전은 벌써 하나둘 성과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취임과 함께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등 일하는 분위기 조성에 주력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후지쯔는 지난 4년간 지속적인 실적 부진을 겪었으며, 적잖은 구조조정을 감행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패배의식 등 사기저하가 문제였다.

김 대표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각 팀의 조직원으로 구성된 '변화와 혁신'TF팀을 구성했다.

위에서부터 명령을 하달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구성원들 스스로 낡은 관습, 운영의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하고 상처를 치유토록 한 것이다. TF팀의 운영으로 사내 분위기는 짧은 시간 크게 달라졌다.

이러한 방식은 그의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여전히 일주일에 1권 이상의 책을 탐독하는 그는 '인본주의'자다. 김 대표는 "경영의 본질 역시 사람에 관한 것"이라며 "경영에 있어 회계, 재무학은 수단일 뿐, 인간에 대한 본질적 물음을 푸는 게 경영의 키워드"라고 말했다.

경영에 있어서도 흑자전환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후지쯔는 김 대표 취임 이후 3년여의 적자 행진에서 벗어나 흑자로 돌아섰다. 현재 한국후지쯔는 노트북 사업과 같은 하드웨어 부분은 중단하고 솔루션, 시스템 사업 등 소프트웨어 분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가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후지쯔를 한국사회와 동반 성장하는 파트너로 키우는 게 목표다.

그는 "한국후지쯔는 일본 기업 이지만 1974년에 한국에 서립돼 우리나라에 컴퓨터라는 기계를 처음 도입한 회사로 한국 IT산업 발전에 도움을 줬다"며 "한글운영, 번역체제를 만들어 국내 IT 초기 발전에 기여한 전통적 업체"라고 설명했다. 후지쯔 출신 인재들이 국내 IT 기업에 포진키도 하는 등 한국이 IT 강국으로서 성장하는데 초기에 밑거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의 선진기술을 국내 상황과 접목시키는 등 IT를 통해서 한국성장에 기여하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며 "예를 들어 제주 감귤생산예측량 등을 보다 과학적으로 할 수 없는지, 일본의 선진기술과 접목할 수 없는지 등을 개인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사안마다 갈등 제주 모습에 고민도

김 대표는 업무상 전 세계 곳곳을 돌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 많다 한들 결국 돌아갈 곳은 고향 제주다. 그만큼 김 대표의 고향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김 대표는 불쑥 기자에게  " '특별'과 '자치'라는 말 모두 너무나 좋은 말 아닌가"라며 '특별자치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자치라는 것은 스스로 다스리는 것, 즉 이해 집단간 다양한 의견을 공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공통된 가치를 스스로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제주에서 행해지는 자치라는 것에 의문을 표한 것이다.

김 대표는 "현재 특별자치도라는 말을 대한민국과 동떨어진 특별한 곳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며 "마치 제주의 자치와 민주주의가 덥석 주어진 것처럼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안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갈등과 분열로 이어지는 제주의 모습을 보면서 가져온 그의 고민인 셈이다.

그는 이어 "특별자치라는 말이 명예가 아닌 오히려 멍에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최근 도민들이 한 가지 지향점을 가지고 몰입해 본 적이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적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매번 갈등으로 귀결되는 데는 칭찬과 배려심이 부족한 도민 정서, 오피니언 리더를 포함한 지도층 등 이유는 다양하다. 

김 대표는 "제주는 그 어느지역보다 근면, 성실, 절약 등 좋은 정신이 많지만 칭찬, 배려하는 문화만은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칭찬과 배려보다는 오히려 능력과 성과를 폄훼, 제주 출신이 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는 한 단계 나아가 제주가 갈등으로 분열하는데 일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연 지도층이 집권이 아닌 다음세대를 위해 진정 고민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며 "유권자에게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민주적, 공개적 절차에 의해 합의점을 찾을수 있어야 하며, 그게 희생이고 솔선수범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제주의 다양한 정책 추진과정에서 탑다운 방식이냐, 도민들의 뜻을 모은 것이냐는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민 스스로 참여과정을 거치면 불리한 결과가 있더라도 수용할 수 밖에 없으며, 반대하더라도 수위가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제주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개방화가 되면서 귤의 경쟁력 약화, 하드웨어적 관광의 한계 등을 받아들이고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박미라 기자 mrpark@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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