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주 CEO가 뛴다] <14>영화무역㈜ 문영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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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영호(52) 영화무역㈜대표이사는 제주시 도두동 출신이다. 서귀포시로 집을 옮기면서 서귀포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중국의 저가 대량 공세에도 불구하고 고품질로 틈새시장을 공략, 양말 제조 업계에서 탄탄한 기반을 쌓았다. |
긍정적 사고·마음가짐으로 위기 극복 ‘한국 중소기업의 희망’ 평가
“제주 천연자원 활용 제조업 적합…객관적 평가 통한 정책 선거해야”
# 양말과의 특별한 인연
달랑 5000원, 맨손으로 출발한 서울생활이었다.
군 제대 이후 서울지역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서울행을 택했다. 그러나 동생들도 대학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집에 손을 벌릴 처지도 못되는 상황.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할 요량이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아르바이트 겸 첫 직장이 양말공장이다. 우연히 디딘 한걸음이 30년 가까이 한길을 가게 할 줄이야 그때는 몰랐다.
문영호 사장은 "1년 정도 일 하다 공부할 계획이었는데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회고했다.
운 좋게도 양말공장 관리자로 일하면서 전반적인 흐름을 익혔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그만두려 하자 사장이 무역회사를 만들 것인데 도와달라며 그를 붙잡았다. 이후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며 수출입 업무까지 차근차근 현장에서 체득했다.
# "긍정의 힘 시련 극복"
문 사장 역시 순탄대로만을 걸을 수는 없었다. 10년 가까운 현장경험을 살려 32살께 자그마한 양말공장을 직접 시작했다.
하지만 제대로 운영해볼 틈도 없이 이듬해 홍수가 나면서 막대한 수해를 입게 됐다. 모조리 물에 젖어버려 되살릴 것도 없었다. 게다가 빚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문 사장은 긍정의 힘을 믿는 사람 중 하나다.
문 사장은 "긍정적인 사고, 마음가짐이 참 중요한 것 같다. 당시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큰일이라며 걱정했지만 난 괜찮다며 씩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랬더니 주변 사람들이 그런 내 모습을 믿었는지 오히려 도움의 손길을 주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아마 죽을 상을 짓고 다녔으면 이미 실패한 사람으로 규정짓고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의 긍정의 힘은 최근 다시 힘을 발휘했다.
사업도 번창하고 순탄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즈음, 바로 5년전 위암선고를 받은 것이다. 중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 등으로 부풀어 있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 수술 이후 18kg이나 빠졌지만 식이요법과 등산 등으로 건강을 다시 찾았다.
문 사장은 "건강 때문에 중국 진출이 무산됐지만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라며 "중국 진출했던 기업들은 빠져나오고 싶어도 그간의 세금감면 혜택을 다시 물어주고 와야 하는 시스템 때문에 골탕을 먹고 있다"고 최근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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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무역㈜는 사양사업이라는 일반적 통념을 깨고 고품질 양말로 승부, 한국 중소기업의 희망으로 평가받고 있다. | ||
# 고품질로 승부
영화무역㈜은 양말의 모든 생산설비를 갖추고 하청 없이 직접 100% 양말을 제작한다. 그리고 수출입 등 무역업무까지 직접 처리한다.
현지 에이전시를 거쳐 무역업체, 생산공장별 별도의 회사를 거치게 되는 3단계 과정을 한번에 처리하는 것이다.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국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생산-무역 업무는 고사하고 생산설비 모두를 갖춘 업체도 흔치 않은 게 국내 업계 현실이다.
이는 양말 제조업 등과 같은 섬유산업 상당부분이 중국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한때 양말 생산을 위한 국내 공장만 수천여개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중국으로 이전, 대량 생산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 양말산업은 이미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때문에 몇몇 중소기업만이 명맥만을 유지하는 가운데 영화무역㈜의 사례는 한국 중소기업의 희망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문 사장은 양말 짜는 일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한다. 소량이되 고품질 제품을 찾는 틈새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무역㈜에서 생산하는 양말은 전량 수출용이다. 상대국은 미국과 캐나다 등이다. 당연히 단가도 중국보다 비싸지만 고품질을 찾는 외국의 고가 브랜드 업체들에게 인기가 맞다.
게다가 소량의 고품질 생산은 대량생산을 하는 중국에서는 경제성 등이 맞지 않아 하려고도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분야다. 때문에 중국으로 공장을 진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 역시 이 같은 맥락이다.
특히 영화무역은 하청 없이 직조부터 포장까지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품질 면에서 자신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문정동에 위치한 공장이 좁아 경기도 광주에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는 등 꾸준히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문 사장은 "새로운 투자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양말 제조업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양말 품질을 좌우하는 기능성 실의 개발이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진다는데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 제주에 맞는 제조업 필요
문 사장은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도두에 살다가 공항확장 문제로 서귀포시로 이사해 뿌리를 내렸다. 그래서인지 제주 이곳저곳 마음에 와닿지 않는 데가 없다. 형편이 어려운 후배들을 위해 서귀포고 장학사업도 10여년 이어왔다.
그는 "가능만 하다면 진작 제주에서 사업을 했겠죠"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제조업 분야 발을 담가온 그는 어느 누구보다 양말공장과 같은 섬유산업은 제주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문 사장은 "제주에서 제조업 분야를 발전시키고 싶다면 제주의 천연자원을 활용하고 자연훼손이 없는 분야가 맞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 사장은 또 최근 가장 관심사인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한마디 내뱉었다.
그는 "지역이 대부분 그렇지만 제주는 특히 선거에도 온정주의가 강한 것 같다"며 "이제 제주 역시 후보자의 정책,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박미라 기자mrpark@jemin.com
박미라 기자
sophia3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