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주 CEO가 뛴다] <16>김상훈 한국메가스포츠상사 전무이사

   
 
  ▲ 김상훈 한국메가스포츠상사(KOMEGA) 전무이사(58)는 서귀포시 대정읍 출신이다. 대정초등학교, 대정중, 제주일고, 연세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성균관대학원에서 행정관리를 전공했다. 현재 재경제주일고 동문회, 대정향우회장, 대정포럼 회장 등을 맡고 있다. 또 재경제주도민회 인적자원 구성위원회에서도 활동하는 등 고향과 관련된 각종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美 메이저리그 선수 절반이상 한국메가스포츠 제품 앵용
"어려운 환경 속 중소기업 반석에…대기업에 없는 긍지"
"1%가 10%역할 가능"…제주출신 모여 고향 발전 앞장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살아온 인생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그러나 김상훈 한국메가스포츠상사(KOMEGA) 전무이사는 사람들의 손을 보면 제일 먼저 그 사람의 손 사이즈가 떠오른다고 했다. 스포츠 상사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며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 소위 직업병, '장갑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28년 스포츠 장갑을 만들다 보니 사람들 손만 봐도 사이즈를 알 수 있다"며 "회사가 이 분야의 권위 있는 업체가 됐듯이 나 역시 운동장갑에는 전문가가 된 듯 하다"고 밝혔다.
김 전무이사가 스포츠장갑 생산업체인 한국메가스포츠상사(대표 선덕치)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2년이다. 한국화약에서 일하던 그였지만 과감히 대기업을 그만두고 1979년에 설립된 신생업체인 메가스포츠상사로 적을 옮긴 이후 현재까지 회사와 공동운명체로 함께 해왔다.

# 작지만 명성만은 최고


한국메가스포츠상사는 30여년째 야구를 비롯해 아이스하키, 골프 등 각종 스포츠에서 사용되는 장갑을 생산해온 제조업체다. 중소기업이지만 명성만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스포츠장갑 제조업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쉬운 예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손에 끼워진 베팅용 장갑, 글러브의 절반이상이 메가스포츠상사에서 제조한 제품이다. 이날 방문한 가양동의 전시장에도 배리 본즈가 쓰는 장갑이 전시돼있다. 까다롭기 유명한 많은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이곳에서 생산된 장갑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큰 인기를 끄는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NHL) 선수들 역시 절반 이상이 메가스포츠상사의 제품을 쓴다. 오히려 우리 국민들은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국내에 이름이 덜 알려진 데는 생산물량 대부분이 미국과 캐나다 등 수출용이기 때문이다. 메가스포츠상사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제조된 상품들은 프랭클린스포츠 등 최고의 브랜드 이름을 달고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수출된다. 

김 전무는 "스포츠 장갑은 제조업 분야에서도 틈새시장으로, 오히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욱 유리한 분야"라고 설명한다. 그는 "운동장갑 제조는 노동?기술 집약적인 산업인데다 결제라인 등 흐름이 빨라야 하는 만큼 중소기업에 더 알맞다"고덧붙였다.

김 전무는 이어 "한국인 특유의 꼼꼼함과 우리만의 고품질?기술 노하우로 세계최고 수준의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며 "메이드인코리아인 메가스포츠상사 제품이라고 하면 바이어들의 평가가 높다"고 밝혔다.
   
 
  ▲ 베트남 나트랑에 설립된 제2공장.  
 


# 중소기업 자부심 남달라

1979년 설립된 신생업체에 1982년 입사, 30년 가까이 회사와 동거동락을 함께 해온 김 전무가 느끼는 자부심은 남다르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중소기업에서 반평생을 일할 때는 주변의 물음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대기업에서 느낄 수 없는 보람과 자부심이 있다"고 답한다.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제조업은 저학력 출신, 어려운 근로여건에 일한다는 시선이 많았다.

김 전무는 "그만큼 어려운 환경에서 서로 협심해 회사를 키워 반석에 올렸다는 보람, 열정으로 청춘을 보냈다는데 긍지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60만불의 중소기업은 3500만불 회사로, 세계가 인정하는 스포츠장갑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메가스포츠상사의 공장은 1990년대 들어 제조공장을 모두 베트남으로 옮겼다. 1992년 베트남 제1공장을 호치민(사이공)에 설립한데 이어 2005년에는 제2공장을 나트랑에 열었다. 1공장과 2공장에 근무하는 직원수만 각각 1500여명, 모두 3000여명에 달한다. 특히 나트랑에 제2공장을 설립할 때는 김 전무가 직접 파견돼 2년간 현지법인장으로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상공인이 보람을 갖는 것은 어려운 환경에서 회사를 키웠을 때 갖는 긍지와 보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 애향 활동에 열정

김 전무는 회사에 대한 열정만큼 고향에 대한 애착도 크다.

그가 현재 수행하는 직만 해도 재경제주일고 동문회장, 재경대정향우회장, 대정포럼 회장 등이다. 재경도민회에서 현재 제주출신 인사들의 정보를 정리하는 인적자원 구성위원회에서도 활동 중이다.

최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애향 활동에 열정적이다.

특히 지난해 2월 발족한 대정포럼은 친목도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와 대정지역 발전을 위한 연구모임 성격을 띤다.

김상훈 전무가 초대회장으로, 김인종 경호처장, 변정일 JDC이사장,  송창우 도민회 장학회 이사장, 홍경훈 서초로얄프라자 대표 등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계, 공직, 기업 등 각계에서 활동하는 대정출신 인사들이 함께한다. 비록 고향을 떠났지만 제주도와 대정 지역의 현안 등을 함께 공유하고 머리 맞대어 발전방안을 고민해보자는데 목적이 있다.

창립 1년동안  '제주특별자치도 대정읍 지역 전략과 비전'특별강연을 비롯해 주기적으로 대정읍 발전 토론회, 강연 등을 지역과 서울을 오가며 벌여왔다.

김 전무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아닌가"라며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이 함께 하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며 모임 취지를 설명했다.

올해에는 재경제주일고동문회와 대정포럼 회장직을 후배에게 넘긴 후 대정향우회 활동에 더욱 신경을 쓸 생각이다. 김 전무는 "향우회 활동을 하다보면 선후배간 불화로 흩어지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고생한 선배들과 열심히 일하는 후배들 모두 함께 화합하고 누구나 참여하기 쉬운 향우회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전무는 특히 제주의 가능성에 누구보다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에 그치는 수적 열세를 안고 있으나 각 분야에서 당당히 자신의 꿈을 펼쳐가는 선후배들을 보아온 만큼 제주인들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다. 그는 "1%가 10%를 차지하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김 전무는 "제주 사회는 여전히 관료지향적인 것 같다"며 "기업인의 역할도 이제는 인정해줘야 할 때이며, 기업인으로서 성공한 이들이 많을때 제주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이 전부인 것 같으나 저변에는 중소, 중견기업들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듯이 조연이 필요한 시대"라며 "기업인의 역할을 존중하고 많이 양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박미라 기자 mrpark@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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