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경 논술강사

스파르타식 교육법은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에서 행해진 국가적 ·군사적 의무교육이 매우 엄격하고 철저하였는데서 유래되어 사용되는 말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결코 환영받지 못하지만, 부모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히든카드처럼 선택되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몹쓸 히든카드가 17개월이 된 우리 딸아이에게 쓰여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3주 전까지만 해도 우리 부부는 소위 주말 부부도 아닌 월말 부부였다. 부모의 이기적인 선택 때문에 우리 딸은 태어나서 아빠는 그저 한 달에 한 번 눈을 떠보면 잠깐 보였다가 다시 자고 일어나면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17개월이 다 되도록 '아빠'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낼 줄 몰랐다. 가끔 내려오는 남편은 자신을 "아빠"라고 앙증맞게 불러주는 딸의 목소리를 애타게 바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참 많이 안타깝고 속상했다.

"예림아, 아빠야~ 아빠라고 불러봐. 아빠!"

"엄마!"

"아이쿠! 요녀석 아빠도 못하고!"

예림이가 '엄마'라는 소리를 하기 시작한 후부터 남편은 이러한 좌절의 쓴맛을 맛봐야했고, 언젠가는 '아빠' 소리를 못하는 예림이를 보면 모두 자기 욕심 때문인 것 같아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했었다.

그러던 남편이 발령을 받고 3주 전에 우리 곁으로 왔다. 그리고 일주일이 흐른 토요일 아침! 출사표를 내듯 장엄하게 '아빠의 스파르타 교육 실시'를 선언했다. 나는 우습기도 하고, 짠하기도 한 그 선언을 들으며 반나절에 걸친 외출을 했다.

초인종을 누르니 현관으로 달려오는 딸아이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는 순간!

"아빠!" 

허걱! 나더러 아빠란다. 엄마도 엄마고, 아빠도 엄마였던, 세상의 모든 사람은 엄마였던 딸의 입에서 '아빠'라는 단어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아빠! 아빠!"

"엥? 난 엄마야! 엄마!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얘가 반나절만에 이래?"

"스파르타식 교육법! 특명! '아빠'를 외치자! 하하하!! 안되는 게 어딨어?"

남편은 너무나 뿌듯한 얼굴로 '아빠'를 불러대는 딸아이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남편의 말로는 몇 시간동안 계속 '아빠'를 말하게 했더니 어느 순간 그냥 '아빠'라고 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 스파르타식 교육법 속에는 어떤 구체적 방법이 포함되어 있었을까?

어쨌든 그날 이후, 우리 딸은 하루 종일, 모든 사람을 '아빠'라고 부르는 스파르타식 교육의 커다란 부작용을 며칠 겪더니 이제는 아빠를 아빠라 부르는, 엄마를 엄마라 부르는 세상 최고의 예쁜 딸이 되었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우리 부부는 그 스파르타식 교육의 숨은 비책이 몇 시간동안의 반복학습이 아니라 일주일 넘게 계속되는 아빠와의 식사, 아빠와의 산책, 아빠와의 목욕, 아빠와의 놀이와 같은 아빠와 함께 한 일상의 호흡들이었음을 안다.   /강혜경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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