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사례 드문 '여성 중심의 해양 무형문화'…도 생애사 중심 의미 커
문화재 기준 변화…"얼마나 중요한가 의미 부여 통해 새 틀 만들어가야"

   
 
   
 
잠녀는 어머니다. 바다다. 그 자체로 제주다.
삶을 위해 자신을 버려가며 억척스러움을 선택했고, 불의에 적극적으로 나서 자신을 항변했으며, 섬을 지켰다.
그런 잠녀들에게 남은 것은 몸 안의 것을 다 쏟아내듯 거친 호흡, 숨비 소리 뿐. 그마저도 약해져 귀를 기울이지 않고는 들을 수가 없다.
그 마저도 들을 수 없다면…. 그 때는 너무 늦었다.

제주 잠녀에 대한 것만은 유독 느린 걸음이다.
세계적으로도 그 사례가 드문 '여성을 중심으로 꾸려진 해양문화'지만 아직껏 잠녀와 관련한 것은 국가지정문화재에 하나도 포함되지 않는 등 내부 평가가 더 박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재청이 무형문화재 지정에 따른 기준을 변경하고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재창조된 것들에 대한 문화재 지정이 시작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제주 섬 생애사의 주인공

잠녀는 제주에 있어 중요한 사회적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역사는 물론 경제와 사회 , 문화 전반에 있어 '아래로부터의 역사(history of bottom up)'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다.

바다를 따라 5년여 잠녀들의 흔적을 쫓아가는 과정은 단순한 기록의 의미를 넘어선 지 오래다.

그녀들을 통해 해안도로 개설 등으로 인한 마을 어장 황폐화를 확인했고, 종패 사업의 성패도 살펴봤다. 노잠녀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20여년 넘게 이어졌던 독도 출가 잠녀들의 삶과 독도에 대한 실효지배적 의의도 찾았다.

억척스런 제주 여성의 상징에서 억척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이유와 그런 과정 속에서도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스스로를 낮추고 또 감춰야했던 현실이 실타래처럼 풀려간다.

임금에게 받칠 전복을 캐기 위해 거친 바다에 몸을 던진 것도 모자라 거센 해풍에 치이며 벌겋게 부어올랐던 것(潛女彼赤人 赤身滄溟·잠녀들도 또한 사람인데 빨간 몸으로 넓은 바다를 헤엄치네, 조선 헌종때 제주목사 이원조의 탐라 10요 중 잠녀편)도 일제 강점기 수탈을 견디지 못해 일어섰던 것도, 4·3이 훑고 간 자리를 지키고 삶터를 일으켜 세운 것도 잠녀들이었다.

아직껏 바다를 지키며 옛날의 명성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그녀들이다.

제주 안에서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 또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달라진 삶의 모습,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딛고 자리를 잡아간 모습 모두를 풀어낼 수 있는 키워드가 다름 아닌 잠녀들이란 말이다.

# 잠녀 문화를 말하다

잠녀를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로 만들어가기 위한 정교한 방법론과 엄격성이 요구된다.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지만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

잠녀와 잠녀 문화를 문화재, 또 이를 넘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적잖다.

하지만 최근 전라남도가 1인 창무극의 고(故)공옥진 여사를 등록 문화재로 지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등록문화재는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 일제시대나 해방 이후의 건축물 가운데 건축학(사)적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한다.

공옥진 여사가 건축물은 아니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어떻게든 지역에서 그가 가진 예술성을 알리고 인정하려는 눈물겨운 편법의 일환이다.

공옥진 문화재 지정 노력은 한 두 차례가 아니었다. 그때마다 스승이 없는 춤을 어떻게 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 부딪혀 좌절돼 왔다. 문화재로 지정될 경우 후진을 양성해야 하는데 사실상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에서 자치단체 차원에서 '등록문화재'라는 카드를 꺼냈다.

그렇다면 잠녀는 어떠한가. 여성 중심의 독특한 해양 문화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고 그 안에 삶을 품고 있다. 문화재로, 또 무형문화유산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실현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올 3월 제주를 찾았던 국립민속박물관 간행 국제 저널 편집위원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 아마레스워 갈라 교수  
 

   
 
  ▲ 최종호 교수  
 

 

 

 

 

 

 

 

 

 

 

 

 

아마레스워 갈라 제3기 편집위원장(호주 퀸즐랜드대학 교수)은 "의 조사 연구 등에 근거하는 등 외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주 잠녀의 경우는 안에서 잠녀들 스스로 자료를 만들고 일상생활과 연결시킬 수 있는 조사 연구 자료를 제시해 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종호 한국전통문화학교 문화재관리과 교수는 "공옥진 여사의 문화재 등록 추진은 지금의 문화재보호법을 기준으로 봤을 때 획기적인 일"이라며 "전통을 기반으로 한 재창조 또는 행위적 발달까지도 문화재 범주로 보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잠녀 역시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하되 각계 다양한 전문가와 대표 잠녀들을 주축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합당한 논리를 개발할 때 문화재 지정이 가능하다"며 "정해진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중요한가에 의미를 두고 새 틀을 만드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미 기자 popmee@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