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주CEO가 뛴다] <19>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53)은 대정읍 출신으로, 제주제일고등학교와 한양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체신부 전산관리소 전산운용과장, 정보통신부 정보정책과장, 정보기반심의관, 충청체신청장 등을 거쳐 우정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2009년 8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한국정보통신연구진흥, 한국전자거래진흥원 3개 기관이 통합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초대원장으로 취임했다.
 
 
각 산업 동반성장할 수 있는 IT 융합기술 개발 운영 초점
우정사업본부장 시절 한국경영대상 3관왕 차지하는 기염
천혜관광지, 제주만의 장점 이용 특화할 수 있는 방법 필요
"제주 갈등은 그만…감귤 등 산업별 IT접목 발전방안 고민"

2009년 8월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ㆍ한국정보통신연구진흥원ㆍ한국전자거래진흥원 3개 기관이 통합된다. 이들 기관의 통합으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명실공히 우리나라 정보통신ㆍITㆍSWㆍ전자상거래 산업을 총괄하게 됐다.
그리고 초대원장에 정경원 전 우정사업본부장이 취임했다.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이미 정보통신부와 지식경제부 등을 두루 거치며 정보통신 분야와는 오랜 인연을 쌓아왔다.
 

#산업과 IT 융합, 동반성장이 목표

정부는 지난해 9월 IT코리아 미래전략을 발표했으며, 지난 2월에는 SW강국 도약전략을 세우고 구체화해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도 그에 발맞춰 분주하다.

최근 진흥원의 운영방향을 묻는 질문에 정 원장은 각 산업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IT융합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의료, 농업 등 어떤 분야이든, 산업과 IT가 결합할 때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다.

정 원장은 "IT산업은 가파르게 발전,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 성장동력으로 성장해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적잖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IT가 수직적으로 발전했다면 이제는 수평적으로 다른 산업들과 접목돼 함께 발전하는 시기, 즉 IT융합 시기다"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이어 "IT융합을 통해 산업마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동반성장으로 가는 것이 목적"이라고 재강조한 뒤 "이를 위한 미래전략이 수립되고 있으며,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지원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 발상의 전환, 일의 능률과 고객만족 두 마리 토끼 잡기

정 원장은 이미 산업과 산업간 경계를 넘나드는 IT융합을 통해 일의 효율성, 고객만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바 있다. 

정 원장이 정보통신부에서 근무하다 체신청으로 부임해보니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국에 인터넷을 보급해놓으니 우편물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이미 기업과개인, 개인과 개인간 우편물이 이메일로 대체되면서 우편업무가 활기를 잃은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민들의 편리한 전자우편 환경을 만든 것 역시 정 원장이었다. 정보통신부 시절 정보화촉진 기본계획에서부터 전자정부 1단계 완성, 초고속인터넷 보급 사업을 추진해온 것도 그였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생각의 전환을 시도한다. IT 발전 때문에 우정업무가 하향 길로 접었다면 다시 역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우편업무에 IT기술을 접목시켜 효율적이면서 고객에게 편리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정 원장은 고객의 입장에서 '택배를 부쳤을 때 어디까지 갔을까'하는 궁금증을 해결키로 한다.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으로 전국 우편물류 흐름을 인식해 분석, 예측하는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해 배송직전 '방문안내 문자메시지'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고객 만족도는 크게 올라갔다. 오히려 민간기업에서 공기업인 우정사업본부를 벤치마킹하는가 하면 민간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등 업계 1위에 올라서는성과를 거두게 된다.

주변에서는 당시 IT강국의 프리미엄을 톡톡히 본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우정사업본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사양사업으로 꼽힌 우편사업이 IT와 결합해 '우정IT'란 신조어까지 탄생하기도 했다. 

정 원장은 "고객만족도가 올라가니 매출이 올라가더라"며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진리를 이야기했다. 

우정사업본부는 택배시스템 개선뿐만 아니라 2·3·4 우정CS 운동, 우체국 서비스 아카데미 운영, 고객 불만 보상제, 고객만족도 상시평가시스템, 고객의 소리 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고객만족 제도를 도입했다.

정 원장은 경영철학을 묻는 질문에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졸도까지 가야되지 않을까하는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우정사업본부는 2008년 한국능률컨설팅협회에서 실시하는 '한국의 경영대상'에서 고객만족 종합대상,경영품질 종합대상,최고경영자상 등 3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민간기업과의 경쟁에서 공기업이 최고경영자상까지 3관왕을 쓸어가면서 정 원장은 CEO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 

# 제주, 시범사업을 적극 이용해라

고향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는 전환됐다. 고향에 대한 바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정 원장은 "그간 제주에서는 갈등이 너무 심했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울에서 만나는 제주지역 인사들이 고향에 대해 갖는 고민은 대부분 비슷하다. 건강한 토론과 자유로운 의견 표출은 필요하지만 소모적인 갈등이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다.

정 원장은 "특정 사안마다 갈등이 생기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개인 의견 표출이 다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토론과정을 거쳐) 결국은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데 그게 안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마이스 산업(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MICE)에 대한 관심도 표명했다.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박람전시회(Events & Exhibition)를 융합, 좁게는 회의산업으로 칭하는 마이스 산업은 현재 제주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 관심을 갖는 분야다.

정 원장은 "각 지역마다 회의시설,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다. 제주가 여유를 가져서는 안된다"며 "천혜관광지, 제주만의 장점을 이용해 특화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맥락을 같이해 IT 산업과의 융합도 조언했다. 트렌드를 주시하고 늦지 않아야 한다.

정 원장은 "이미 온라인상의 사이버관광제주 시스템은 잘 만들어져 있을 것이지만 그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보기 알맞은 제주관광시스템 구축 등 지속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제주는 다른 광역시도에 비해 섬이라는 한계, 적은 인구라는 한계가 있지만 이를 역으로 활용하면 한걸음 더 빨리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정 원장은 "제주는 과거 도 단위 전화 광역화 사업이라든가 텔레매틱스 사업 등 시범사업 지역으로 많이 활용됐다"며 "제주의 규모는 시범사업을 하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범사업에 도전하고 활용해 다른 지역보다 한걸음 빨리 내딛는 기회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감귤 역시 IT 기술이 무궁무진하게 접목될 수 있는 분야"라며 "감귤생산에서부터 유통까지 정보를 관리한다면 감귤시장의 혼란을 맞고 제주감귤 질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박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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