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주CEO가 뛴다] <20>강두홍 ㈜아스플로 대표이사
㈜아스플로는 반도체 생산라인에 사용되는 고청정 배관부품을 만드는 회사다. 
▲ 강두홍 ㈜아스플로 대표이사(42)는 신산중과 오현고, 국민대학교를 졸업했다.
고청정 배관부품은 그간 국내 기술 미개발로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분야. 그러나 중소기업인 아스플로가 자체 기술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아스플로가 주목 받는 이유다.
# 고청정 배관 국산화…NEP인증
'반도체, 고청정 배관…'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다. 일반인들에게 그리 친근한 분야는 아니다.
반도체 생산 라인에는 각종 가스들이 이동하는 배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반도체 생산 라인에 쓰이는 배관 등 각종 부품에는 그 어떤 흠결도 있어서는 안된다. 높은 순도를 유지해야 한다. 말 그대로 '고청정' 배관 부품이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고청정 배관부품을 제작하는 기술은 국내에서 개발되지 못했다. 때문에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것을 아스플로가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강두홍 대표는 "전량 수입하던 것을 국내 기술로 제작하다보니 부품가격이 40%이상 저렴해졌다"며 "국가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 제품의 국산기술 개발이라는 성과로 아스플로는 NEP(New Excellent Product) 인증을 받기도 했다. NEP 인증은 국내에서 최초 신기술로 개발된 제품, 혹은 그에 준하는 대체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정부가 인증하는 제도다. 정부 차원에서 판로확대와 기술 개발 등을 지원한다.
특히 최초로 개발된 국내 기술을 인정하는 제도인 만큼 한 제품에 한 회사밖에 받을 수 없는 등 그 값어치는 크다.
# 모험 본능, 결국 기술개발로
수입에 의존했던 부품을 국내 기술로 제작하게 됐다는 것은 개인적인 성과를 떠나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강 대표는 대학 시절 신소재 공학 분야를 전공했다. 게다가 일본 센다이 동북대 대학원에서도 같은 분야를 수학했다.
그렇다면 '신소재 공학' 분야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인지, 혹은 어린 시절부터 연구가가 꿈은 아니었는지 물었다.
그러나 강 대표의 대답은 의외다. 강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어디론가 떠나는 게 꿈이었다"고 짧게 답했다. 고교 시절에는 제주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고, 대학을 졸업하니 한국을 떠나 다른 곳을 경험해보고 싶어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두려움 없는 호기심은 그에게 특별한 기회를 선물한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위해 떠난 대학원 과정에서 우연히 고청정 배관제작을 위한 국내 기술개발에 나서게 된 것이다.
강 대표는 "모시던 교수님이 이 분야(고청정 배관제작)에서 유명하신 분이었다"며 "그러다보니 석사시절 고청정 배관제작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찾아와 자문을 구했다. 나 역시 그들과 함께 기술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석사 과정을 그만두고 중소기업에 합류, 기술개발에 성공한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IMF)가 터지면서 강 대표가 몸 담았던 업체는 결국 부도가 난다. 연구소를 운영하던 강 대표는 한창 벤처 창업 붐이 일던 2000년 '기술'만을 무기로 아스플로를 설립했다. 추풍낙엽처럼 스러진 테헤란로의 그들과 달리 튼튼한 기술력을 지닌 아스플로는 여전히 무궁무진한 성장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강 대표는 아직도 시작단계로 보고 있다.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내 법인도 설립했다. 그러나 국내외 경쟁 상대는 미국과 일본 기업이다. 중소기업으로서 극복해야할 낮은 브랜드 인지도 등 경쟁은 만만치 않다.
강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 업체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게 문제"라며 "네임 밸류를 높이는 마케팅에 주력할 생각이며, 더 다양한 아이템(부품들)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고 과제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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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스플로 생산제품 | ||
# 오밀조밀 제주 매력 세계 어디에도 없어
강 대표는 최근 한림공업고등학교와 산학협력을 맺었다. 그리고 한림공고 20여명이 2학기 현장실습을 위해 경기도 화성에 있는 아스플로를 찾을 예정이다. 이들은 이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기술을 익히고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현장 실습 이후에도 학생들이 원하면 곧바로 취업으로 이어진다. 특히 아스플로는 병역특례 지정업체인데다 원한다면 대학 진학도 지원가능하다.
이처럼 고향 후배들을 맞이하는 강 대표는 설레기도 하지만 걱정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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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스플로 생산제품 | ||
때문에 산학협력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고향 후배들과 호흡을 맞춰보기로 했다. 10명에 2명이라도 성공한다면 어쨌든 2명의 일자리는 생기는 셈이다.
강 대표는 제주 왕래도 잦다. 한 달의 절반을 중국에서 보내는 그는 서울과 상하이를 오고 갈 때 제주를 경유, 한숨을 돌리곤 한다.
강 대표는 "'상하이-제주-서울' 코스로 오고 간다"며 "잠시라도 시간을 내 고향에서 친구, 지인들을 만나는 게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언제가 제주에 투자할 것"이라며 "연구소 이전 등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속내를 비쳤다. 제주를 더욱 유의깊게 지켜보는 이유다.
그는 이어 "제조업 중에서 제주에 맞는 제조업이 있다"며 "바이오, 쏠라(태양광) 등과 같이 연구중심이 되는 산업, 연구소 등은 제주가 적극적으로 연구단지를 만들어 유치해야 하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제주는 여전히 배타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이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뒤 "투자 역시 막무가내로 '받아들이자'가 아닌 질 좋은 투자와 질 나쁜 투자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모험 본능이 있는 강 대표는 족히 50개국은 넘게 여행을 다녔다고 했다.
객관적으로 제주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상투적인 표현일지 몰라도 어딜 다녀도 제주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미국, 중국의 자연은 규모로 압도하지만 제주는 오밀조밀하다. 그들의 자연과 제주의 자연은 비교대상이 아니다"며 "한시간 내에 산과 바다, 또 다른 세상에 오고갈 수 있는 제주의 매력은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서울=박미라 기자 mrpark@je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