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주CEO가 뛴다] <21>김보방 ㈜비엠코리아 대표이사

PCB 전문업체 '고난이도 기술집약 제품'이 경쟁력
"창업 이후 수많은 고비 주변 믿음으로 헤쳐와"
"관광인프라 확충…제주 항공난 하루빨리 해결되길"

# 고부가가치 기술력으로 승부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에 위치한 ㈜비엠코리아는 인쇄회로기판(PCB) 제조 전문업체다. 

전자부품을 전기적으로 연결시켜주고 지지대 역할을 하는 PCB(printed circuit board)는 일반 전자제품을 포함한 모든 산업에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필수 아이템이다.

TV와 휴대폰, 반도체, LCD·PDP는 물론 세탁기, 자동차, 항공기, 선박까지 모든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부품이다.

그러다보니 산업의 발달과 함께 시장성과 성장성이 매우 높다. 일본, 중국 등 해외업체는 물론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까지 경쟁이 치열하다.

   
 
  ▲ 김보방 ㈜비엠코리아 대표이사(52)는 한림읍 출신으로 한림공고를 졸업했으며, 한국산업기술대학교, 동대학원에서 신소재 공학을 전공했다.  
 
김보방 사장은 "PCB전문업체만 300~400개에 이를 정도로 치열하고 시장이 크다"며 "비엠코리아가 입주해있는 반월공단은 예전만 하더라도 염색,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PCB업체가 모여들면서 최근 PCB의 메카로 떠오르며 업체간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다보니 업체들마다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분야다.

김 사장이 선택한 무기는 대기업과 경쟁업체들의 틈새를 뚫을 수 있는 기술력이다.

현재 ㈜비엠코리아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30층 이상의 고다층 PCB 제조에 강점을 갖고 있다. 대기업에서 생산하는데 한계가 있는 소량 단품종이면서 기술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덩치는 작지만 기술력만큼은 관련업계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대기업 등과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점차 얇아지는 3D TV용 부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성과도 올렸다.

김 사장은 "남들이 잘 안하는 제품을 전문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혹독한 시련, 신용으로 견뎌"

   
 
  ▲ ㈜비엠코리아  
 
㈜ 비엠코리아를 찾은 날은 마침 회사가 창립 14주년 맞는 시점이었다.

맨손으로 시작하는 중소기업 CEO 대부분이 그렇듯 김보방 사장 역시 과거를 회상하며 "지금 생각하면 엊그제 같은데…힘든 시기가 많았다"고 입을 열었다.

김 사장이 PCB 분야에 입문한 것은 동향 선배이기도 했던 송동효 회장의 코리아 써키트에 입사하면서다. 2005년 매각된 코리아 써키트는 전자산업의 핵심부품인 PCB를 모두 수입에 의존하던 시절 국산제품개발에 뛰어든 회사로, 국내 PCB산업의 효시로 불리우는 업체다.

김 사장은 이후 "PCB 분야의 일을 본격 하고 싶다"는 포부 아래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창업하자마자 불어 닥친 외환위기(IMF)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치가 떨린다"고 표현했다. 돈줄이 얻어 붙으면서 부도를 맞았다. 공장 내 모든 설비가 수입제품이었으나 환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았다. 정말이지 '혹독하게' 치른 외환 위기였다. 

경영인들에게 시련은 부지불식간 찾아오기도 한다. 7년전 역시 그랬다. 공장

   
 
  전자부품을 전기적으로 연결시켜주고 지지대 역할을 하는 PCB.  
 
확장 후 새로운 설비를 들여놓고 한숨 돌리며 식사를 하러 간 사이 공장에 불이 나 모두 타 버린 것이다.

몇 번이나 사업을 그만둘까 생각하기도 했다던 그는 "주변인들의 믿음이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는 힘이었다"고 말했다.

공장 화재로 모든 것을 소진했지만 주변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알음알음 도움이 손길이 이어졌다. 김 사장은 "인맥, 학벌, 기술력도 모두 중요하지만 믿음과 신용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업을 하고 싶다면 신용있는 사람이 될 것을 주문했다.

김 사장의 부부는 창업 이후 언제나 함께 출근했다. 특히 아내는 편안한 사무실을 두고 공장에서 직접 일한다. 10여년을 현장에서 근무하다보니 웬만한 베테랑 엔지니어 못지 않다. 김 사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성실한 아내의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더욱 믿음을 주는 것도 같다. 강인한 제주 여성의 모습"이라며 은근히 아내 자랑도 덧붙였다. 

# 인력난 가장 큰 문제

많은 고비를 헤쳐왔지만 중소기업으로서의 애로점은 적지 않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김 사장은 뜻밖에 인력난이라고 답했다. 김 사장은 "자금력 등은 어느 기업이나 갖는 어려움이고 경영인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하지만 인력난은 노력만으로 안된다. 청년들이 이쪽 분야는 잘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최근 반월, 시화공단 등에 입주한 업체들의 공통된 어려움은 인력난이다. 이미 한국 젊은이들에게 제조업은 기피업종이 됐다. 어쩔 수 없이 외국인들로 채우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내국인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게 이곳의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고급인력을 들이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김 사장은 "실업난이라고 하는데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향 모교와 협력을 맺어 한림공고 학생들이 실습을 오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뜸하다. 그래도 사무실 곳곳에서 학생시절 실습을 왔다가 평생직장으로 삼은 한림공고 출신 직원들이 꽤 눈에 띄었다.

자연스레 고향 이야기가 나왔다.

김 사장은 잠시 고민을 한 후 "제주의 먹고 살길은 결국 관광 아닌가"라며 "그간 폐쇄적인 부분이 없지 않았다. 사고의 전환을 갖고 굵직한 관광인프라 등을 확충하는게 필요한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특히 김 사장은 "항공난이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며 "주변에서 가고 싶어도 못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주말에는 항공난으로 아예 갈 엄두를 못낸다"고 강조했다.
서울=박미라 기자 mrpark@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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