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경 논술강사

6월의 마지막 주말! 우리 가족은 평소 모임을 갖는 지인 가족들과 함께 1박 2일 나들이를 다녀왔다. 부슬부슬 날리는 장맛비의 방해와 끈적거리고 눅눅한 불쾌감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총인원 15명, 그 중 아이들이 7명이다. 8살 여자 아이 둘, 6살 남자 아이 둘, 5살 여자 아이 한명, 그리고 3살 여자 아이 둘!

 '다 큰 아이들 틈에서 우리 예림이 어떡하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엄마랑 아빠 옆에만 붙어서 징징대면서 분위기 망치지는 않을까?' 내 딸이 아이들 중 제일 막내이다 보니 이런 저런 걱정이 많았다. 같은 3살짜리 친구가 있지만 6개월 넘게 차이가 나다보니 친구가 아니라 언니나 마찬가지고, 어린이 집을 다니지 않아서 단체 생활의 경험도 없다. 게다가 친가 쪽으로나, 외가 쪽으로 어린 아이가 한 명도 없어서 그야말로 우리 딸 예림이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처럼 귀여움과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20개월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이런 걱정은 쓸데없는 기우였다. 언니와 오빠를 만난 처음 딱 5분의 시간만이 예림이에게는 낯설고 두려웠을 뿐이다. 5분이 지나고 나니 엄마랑 아빠는 안중에도 없었다. 언니, 오빠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며 정신없이 신나고 즐거워했고, 우리 부부는 아이들 틈에 끼어서 정신없이 노는 딸아이를 보면서 많은 감탄을 해야만 했다.

 "우와, 우리 예림이 침대 위에서 뛰는 것 좀 봐!"

평소 우리 딸은 겁이 많아서 침대 위에서 뛰기는커녕 걷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언니 오빠들 틈에서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니 오히려 우리 부부가 다칠까봐 "어! 어!" 거리며 안절부절 해야했다. 
이뿐이랴! 평소 잘 먹지 않아서 항상 체중미달로 나를 슬프게 하는 우리 딸이다. 그런데 7명이 올망졸망 앉은 저녁 식탁에서 우리 딸의 먹성은 그야말로 끝내주었다. 언니, 오빠들이 스스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도 따라하듯이 혼자 수저를 들고서는 이것저것 열심히 입에넣어 냠냠 씹더니 꿀꺽꿀꺽 잘도 먹는 것이었다. 자기 것을 다 먹고는 아주 힘차게 "또!"를 외치는데 처음 보는 내 딸의 모습에 나는 감격하고 말았다.

"우리 매일 만나자! 이렇게 한 달만 같이 살면 우리 예림이 완전 변신 가능하겠는데!

내 말에 사람들은 호탕하게 웃어넘겼지만, 난 정말 솔직한 마음이었다. 7명의 아이들이 한 집에서 왁자지껄 떠들고, 뛰어다니고, 울고 웃으면 정말 하루하루 정신없이 힘들겠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얻는 수많은 존귀한 것들에 비한다면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을까?

우리 예림이가 단 하루 만에 언니, 오빠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운 용기와, 어울림의 즐거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법을 익혔는데, 많은 날들을 함께 하는 다둥이 가족들은 서로에게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배우고 터득할까!    /강혜경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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