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이제그만-제민일보·교통안전공단 기획]
1.위험한 도로 먼저 바꾸자 (1)제주의 관문이 위험하다
진입전에 목적지 따라 미리 차선 선택 운전자 '당황' 
▲ 공항로는 구조가 복잡한 데다 과속하는 차량들이 많아 사고 위험이 높다.
차선변경 어렵고 과속도…업무협의 전무 대책 낮잠
제주가 교통사고의 섬으로 전락하고 있다. 올해 7월말 기준 교통사고 2034건이 발생, 5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300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63명임을 감안하면 벌써 87.3%에 육박하는 등 최근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운전자들의 안전한 운행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식의 캠페인성 문구로는 더 이상 교통사고를 막기 어렵다. 교통사고는 단순히 운전자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닌 도로구조, 운전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접목돼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 도내 위험도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잘못된' 운전 습관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해 본다.
<1> 제주관문이 위험하다
제주시내 중심에 있으면서 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는 공항로다. 도로 구조 자체가 복잡하고 위험한데다 과속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운전자가 공항로에 진입하기 전 미리 가야할 방향에 맞도록 차로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렌터카 운전자, 초보운전자들 뿐만 아니라 운전경력이 많은 운전자들도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애를 먹기 십상이다.
△도로구조 복잡 사고 위험
제주공항에서 도심지 곳곳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인 공항로는 길이가 800여m, 왕복 6차로로 도로 중앙에는 화단이 조성됐으며 방향별 2차로와 3차로를 분리하는 화단도 시설돼 있다.
복잡한 도로 구조 때문에 공항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공항로가 운전자들의 혼란을 초래해 사고 위험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동·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공항로 사고 발생 건수는 지난 2007년 16건에서 2008년 26건으로 급증했으며 지난해 4월 기준 12건이나 발생했다.
이처럼 교통사고가 이어지는 이유는 차로 변경이 불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왕복 6차로이지만 2차로와 3차로 사이에 화단이 조성되면서 차로 변경이 허용되지 않는다. 많은 운전자들이 화단 빈공간을 이용해 '억지로'차로 변경을 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택시기사 김모씨(54)는 "공항로에 들어서기 전 공항 방면인지, 용두암 방면인지 미리 판단해야 한다. 반대 차선(도청 방면, 신광교차로 방면)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운전경력이 있는 사람도 힘든데 렌터카나 초보운전자들은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혼란스러운 구조 때문에 충·추돌 위험은 상존한다. 다호마을 입구 교차로는 진·출입 차량이 많지만 시야확보 등이 어려워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함께 화단 자체가 중앙선이라는 인식 때문에 운전자들의 역주행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안전 시설 부족…대책은 감감
이처럼 사고 위험이 높지만 현장의 안전 시설물은 부족하다.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는 다호마을 입구 교차로는 신호기를 설치했지만 교통 정체 등의 원인으로 점멸등 형태로 운영되면서 차량들이 뒤엉키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도청방면에서 공항으로 내려오는 구간은 경사도가 10% 구간으로 과속하는 차량들이 많다. 그러나 화단 앞에 마련된 충격흡수시설은 일부만 설치되면서 사고 피해 예방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과속을 예방하기 위한 도로 중간 부분에 과속 감시카메라의 설치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동일 방향에서 진행하는 차량들이 차로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화단 일부를 제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제주지사는 지난해 '교통사고 다발지역 교통안전 확보방안' 자료를 통해 2차로와 3차로를 구분하는 화단 중 일부를 제거, 최소한의 교통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업무 떠넘기기로 아직 관련 협의조차 진행되지 못한 상태다. 화단 일부 제거 사업을 위해선 도로 시설 및 녹지 부서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부서간 업무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한 부서가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그나마 지난달 한국공항공사와 화단 제거와 관련 협의 사항이 문서로 오고 간 상황"이라며 "사고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