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이제 그만-제민일보·교통안전공단 공동기획]
1. 위험한 도로 먼저 바꾸자 (2)1100도로 이대론 안된다

사고당 1명 사망·41.8명 부상…대부분 페이드 현상 원인
안전 시설 부족…긴급제동시설 설치 당위성 충분 평가

 
도내 도로 중 1100도로는 운전하기 어려운 도로로 꼽힌다. 경사가 급한데다 급커브도 많아 조금만 방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버스의 경우, 급경사 도로 구조 때문에 브레이크 이상으로 인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긴급제동시설 등 안전장치는 부족한 상황이다.
 
△났다하면 대형사고

   
 
   
 
1100도로(지방도1139호선)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도로로 총길이는 35.09㎞다. 도로 구간에 신비의 도로, 천왕사, 어리목, 1100고지 휴게소 등이 있어 수학여행단 등 단체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도로 중 하나다. 또 평화로, 5·16도로를 연결하는 제1산록도로(지방도1117호선)가 관통하면서 렌터카의 통행도 빈번하다. 

이처럼 차량 통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1100도로는 '사고나면 대형사고'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제주지사가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1100도로 대형교통사고 분석 결과에 따르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사고는 모두 6건으로 5명이 숨지고 251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술적으로 사고당 대략 1명이 목숨을 잃고 무려 41.8명이 다치는 셈이다.  

지난 4월26일에도 제주시 어승생 수원지 부근 1100도로에서 전남 모 고교 학생들을 태운 전세버스가 전도되면서 10여명의 학생들이 부상을 입는 등 비교적 경미한 사고까지 포함하면 1100도로 사고 건수와 피해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원인과 문제점 

1100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는 대부분 버스 단독 사고로,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는 버스가 전도·전복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고 지점 역시 어리목 방면에서 출발한 차량이 내리막 도로 마지막 부분인 신비의 도로 근처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급경사를 내려오던 버스가 브레이크를 자주 사용하면서 브레이크 드럼이 가열돼 제동력을 잃어버리는 '페이드(fade) 현상' 때문이다.  

브레이크 사용을 줄이기 위해선 저단기어, 배기브레이크 사용이 병행돼야 하지만 운전자들의 운전 미숙 등으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운전 미숙, 차량 결함 등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도로 시설이 없다는데 있다.

1100도로가 급경사 구간이 계속되지만 차량을 감속시킬 수 있는 안전 구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내리막길에서 가속된 버스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서 관광객이 몰린 신비의 도로 구간에서 대형 참사가 빚어질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한 상황이다.  

도내 한 전세버스 운전자는 "속도가 붙으면 저단 변속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베테랑 운전기사도 1100도로에서는 항상 긴장한다"고 말했다. 

부실한 도로 안전시설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장을 확인한 결과, 내리막 경사로에 설치된 미끄럼 방지시설은 겨울철 제설작업 등으로 상당 부분 파손돼 무용지물로 전락했으며 일부 안전 표지판의 LED 조명도 꺼져 있었다.  

어승생 삼거리는 운전자 시야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차량이 진입하기에 어려웠으며 안전표시 미흡으로 역주행 우려도 높았다.

   
 
   
 

△안전시설 확충 절실

1100도로에서 대형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사고 예방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버스 등 대형차량 브레이크가 파손됐을 때 이용할 수 있는 긴급제동시설 설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긴급제동시설은 브레이크 파손 등 문제 차량이 도로 인근의 길을 통해 주 도로에서 빠져나가 자갈, 모래 등 마찰력 등을 이용, 제동할 수 있는 도로 시설이다.

국내에서는 내리막 20㎞, 고도차 600m구간인 강원도 대관령 내리막 구간에 2곳이 설치됐다.

1100도로가 어리목(해발 900m)에서 축산진흥원(해발 300m)까지 10㎞구간, 고도차 600m인 급경사임을 감안하면 긴급제동시설 설치 당위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최근 내리막 5㎞ 구간에도 긴급제동시설을 설치하는 등 도로 안전 시설이 강화되고 있다"며 "제주도의 경우, 관광버스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설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논의가 이뤄지던 1100도로 긴급제동시설 설치는 부지 확보 등의 문제로 현재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황이다.

도 관계자는 "운전자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부족한 안전시설은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며 "사고를 줄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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