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이제 그만] 1.위험도로부터 바꾸자
(4)사라봉 오거리에선 '넘어진다'

   
 
  제주시 방면으로 우회전한 대형화물차량이 보행자 신호가 켜지자 급정거하는 모습.  
 
회전반경 좁고 경사 심해 전도·충돌·화물 추락 이어져
도로 안전시설 사실상 무용지물…주민 공감대 형성 필수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도로에서 사고 원인을 분석하면 운전자의 부주의보다 잘못된 도로 구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사라봉 오거리 교차로는 비정상적인 도로 구조로 인한 충돌·전도·화물 추락 등이 자주 발생한다. 화물차량 운전자들은 이 도로를 '사고나는 오거리'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동안 사고 예방을 위해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됐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으면서 대형사고 위험만 높아지고 있다.

△매순간 아슬아슬

사라봉 오거리는 위험한 도로로 유명하다. 기형적인 오거리 교차로 구조와 함께 경사도 심해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은 제주항으로 진입하는 관문으로 짐을 가득실은 대형 덤프트럭과 화물차량들이 자주 이용해 자칫 대형사고도 우려되고 있다.

사고 대부분은 화북 방면에서 제주항 방면으로 우회전하다 속도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전도되거나 신호대기 중이던 상대 차선 차량과 충돌하면서 발생한다.   

지난 2008년 8월 화북 방면에서 제주항으로 우회전하려던 5t 크레인 트럭이 보행자 신호를 받고 멈춰선 앞 차량을 피하려다 반대편 차선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갤로퍼 차량과 충돌, 인도를 넘어 1t 화물차량과 함께 추락한 사고는 사라봉 오거리의 문제점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다.

또 적재된 화물이나 컨테이너 등이 추락하는 사고도 심심치 않게 발생, 2차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사라봉 오거리 현장을 확인한 결과, 교차로에서는 아슬아슬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화북 방면에서 사라봉 오거리까지 내리막길 구조로 차량이 저절로 가속되면서 많은 차량들이 교차로 인근에서 급하게 속도를 줄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직진 신호(화북→동문로터리 방면)때 제주항 방면 횡단보도도 보행자 신호로 바뀌는데 제주항으로 우회전을 하는 대형차량들과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뒤섞이면서 횡단보도 앞에서 급정거하는 등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구 제주소방서 방면에서 사라봉 방면으로 직진하는 차량과 화북 방면에서 제주항 방면으로 우회전하는 차량이 충돌할 가능성도 높았다.

때문에 이곳은 연평균 5∼6건 가량의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김용섭 화물연대 제주지부장은 "화물·덤프 차량 운전자들이 이곳을 지날 때는 항상 긴장한다"며 "도조 구조 조정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행자 대기 공간이 없는 횡단보도.  
 
△수많은 사고 위험 요인

사라봉 오거리의 가장 큰 사고 요인은 비좁은 회전 반경을 들 수 있다.
화북방면에서 제주항 방면으로 우회전하는 차량들 중에는 대형 화물·덤프 차량이 많지만 회전반경이 협소, 제대로 우회전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문로터리 방면으로 기울어진 도로 구조 때문에 원심력도 커지면서 차량 전도, 차로 이탈로 인한 충돌, 화물 추락 등도 계속되고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한 도로 안전 시설물도 무용지물로 전락하면서 사고 위험을 높였다. 
경사로 150m 구간에 미끄럼 방지 포장이 설치됐지만 대형 화물 차량들이 지나는 3차로는 도로 보수가 이뤄지면서 미끄럼 방지 포장이 사라진 상태다.

제한속도가 시속 70㎞로 규정되면서 과속을 예방하기 힘들었으며 교차로에 마련된 일부 횡단보도는 보행자 대기 공간이 부족, 사실상 차로에서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라봉 오거리의 경우, 운전자가 아무리 주의해도 도로 구조가 바꾸지 않는 이상 비슷한 사고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법은 없나

전문가들은 사라봉 오거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5월에는 행정당국에서 사라봉 오거리 교차로 구조 변경을 위한 주민공청회를 실시하는 등 도로 구조 개선 노력이 가시화됐었다.

당시 제기된 방안은 사라봉 방면 일방통행 도로를 폐쇄하고 우회전 차량이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교통섬을 만드는 것이다. 또 화북→제주항 방면 우회전 차량의 원심력을 줄이기 위해 우회전 전용 차선 경사를 지금과 반대로 변경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이 대안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주민들은 일방통행 도로가 폐쇄될 경우, 수백m를 돌아가야 하는 등 불편함이 가중된다며 개선책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사라봉 오거리 사고 예방에 대한 논의 자체가 서랍장으로 들어가 버린 상태다.
때문에 교차로 구조 개선을 위한 주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차로 인근 부지 매입 등을 통해 차량 회전반경을 넓히는 등 다양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당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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