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이제 그만 1.위험도로부터 바꾸자]
(7)위험한 도로 개선 왜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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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전문성 떨어져…일관된 정책 의지 필수
위험한 도로는 비정상적 도로 구조와 미흡한 안전시설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나타난다. 현재 행정당국에서 위험도로 개선,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안전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매년 사고가 증가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사고 위험 지점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노력과 관련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사고 예방책 감감
도내 도로 가운데 이상한 구조와 무용지물인 안전시설 등으로 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는 도내 곳곳에 산재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위험 도로에 대한 대책은 대부분 책상 서랍 안에서 잠자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났을 때만 '반짝'관심을 가지면서 체계적인 개선은 커녕 관련 계획과 실질적인 대책 수립이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로 구조 뿐만 아니라 도내 곳곳에 설치된 도로 시설물에 대한 관리 역시 문제다. 도로 시설물 관리는 도로 구조를 정비하는 대규모 공사가 아닌 만큼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관심 부족으로 방치되면서 사고 위험만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교통안전공단 제주지사와 전국버스공제조합 제주지부가 합동으로 실시한 도내 교통안전 취약요소 점검 결과에 따르면 안전 취약 요소 25건이 지적됐으며 이중 교차로 관련 13건, 버스정류장 3건, 도로안전시설물 3건 등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2008년 제주시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실시한 버스노선 안전 취약요소 점검 결과에서도 모두 21건의 안전 취약요소가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안전 취약 지점에 대한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귀에 경 읽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버스 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정류장을 옮기거나 도로 시설 등을 보수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며 "초·중·장기 계획을 적극적으로 분류, 심의해 단계적으로 개선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서간 업무 조율이 미흡한 점도 사고 다발지점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다.
공항로의 경우, 중앙화단 제거 문제로 녹지과, 건설과, 한국공항공사 등과 협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업무 떠넘기기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책 마인드·인원·예산 부족
이처럼 체계적인 도로 개선 사업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미흡한 도로 정책 마인드가 관리 인원, 예산 부족 등과 결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이 매년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공사 지점을 제시하지만 실질적으로 공사가 이뤄지는 곳은 전체 60% 가량에 불과한 상황이다.
지난해 도로교통공단이 도내 15곳에 대한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 기본설계를 했지만 실제 공사가 이뤄진 곳은 8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로 개선으로 인한 주민 민원과 예산 부족 때문이다.
도로관리공단 관계자는 "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 과정에서 기본 설계대로 공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사 이후에도 정작 사고 위험이 높은 곳도 있다"며 "위험 도로 개선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로 및 교통 관련 인원 부족과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국토관리청이 업무가 제주도 도로관리사업소로 이관돼 관리하는 도로는 많아졌지만 근무 인원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예전 국토관리청이 관리했던 도로는 385.35㎞, 현재 도로관리사업소가 관리하는 도로는 모두 649.59㎞로 1.6배 늘어났지만 인원은 일용직을 제외하고 3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게다가 현재 인원 부족으로 관리 과장, 시설 담당 등은 공석인 상황이다.
이와함께 도로·교통 부서의 잦은 인사 이동으로 인해 전문성과 정책의 연속성도 사라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도로 관리 공무원들은 업무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위험 도로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사업 진행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등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단계적 방안 필요
위험한 도로를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확립된 정책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일관적인 정책 추진이 중요 요소로 꼽히고 있다.
위험 도로의 문제점을 파악,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사고 위험 및 예산 소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단계별로 시급한 부분에 대한 공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전문가 그룹과의 체계적인 업무 협력을 통해 위험도로 개선 방향에 대해 모색하고 장기적인 대안 마련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신명식 안전관리처장은 "도로구조, 교통시설 등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위험도로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대안 제시, 실천의지가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