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이제 그만]2. 안전 운전 시작해요
(2)만연한 교통 안전불감증
교통신호등 '있으나 마나' …과속에 꼬리물기·차량 위협까지 
'도로 잘 안다' 자신감 안전불감증 가중…맞춤형 교육 실시돼야
도내 운전자들의 교통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고 있다. 도심 곳곳을 운전하다 보면 과속, 중앙선 침범 등 위험한 곡예 운전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경찰이 집중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운전습관을 조금만 바꾸면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운전자들의 의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내 곳곳 직접 운전해보니
제주시내 도심지와 시외곽지를 운전하다보면 도로에서 위험하게 곡예 운전을 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시내·외 교차로에 설치된 교통 신호등은 '있으나 마나한' 장식품으로 인식하는 운전자들이 많았다. 무인 신호위반 단속기가 설치된 지점은 그나마 신호위반, 꼬리물기가 비교적 덜 했지만 단속기가 없는 지점에서는 신호위반과 꼬리물기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특히 거로사거리, 영지학교 사거리, 노형로터리 등 제주시내 주요 교차로는 출·퇴근 시간대 잇따르는 꼬리물기와 신호위반으로 사고 위험을 높였고 교통체증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 외곽지역 교차로에 설치된 교통 신호등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대다수의 운전자들이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빠른 속도를 내며 그대로 교차로를 통과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과속을 일삼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평화로 구간을 직접 달려본 결과, 규정속도인 시속 80㎞로 달리는 기자의 차량을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많은 차량들이 앞서 나갔다. 운전하다 앞지르기를 당하면 괜한 경쟁심리가 생기면서 차량 속도가 저절로 높아지기도 했다.
평화로 주행차로인 2차로를 이용해 규정속도로 운행하면 일부 대형차량들이 전조등을 번쩍거리고 경적을 울리며 '속도를 높이라'고 재촉, 위협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갑작스럽게 진로를 변경하거나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이뤄지는 무리한 앞지르기와 교차로 통과, 안전거리 미확보 등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관광객 강태민씨(32·서울)는 "서울보다 도로가 휠씬 잘 조성돼 운전하기 편했지만 일부 운전자들의 매너 없는 운전도 많았다"며 "제주도의 운전자들은 거의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고 신호를 지키면 쳐다보고 손가락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고 위험 높인다
안전불감증 운전은 사고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 3만3394건이던 과속 단속 건수는 지난해 5만1726건, 올해 상반기 7만9766건으로 급증했다. 신호 위반 건수 역시 2008년 2만4496건, 2009년 2만4010건, 올해 상반기 9607건으로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선 침범 적발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127건에서 올해 상반기 150건으로 18.1%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또 올해 2∼3월 꼬리물기 운전 집중 단속 기간동안 영지학교 사거리 295건, 노형로터리 292건, 서귀포1호 광장 131건 등 모두 718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같은 교통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교차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10명이 숨졌지만 올해는 11명으로 사망자가 늘었다.
잦은 과속이 일어나는 평화로와 번영로 구간에서 사망자는 지난해 상반기 평화로 2명, 번영로 0명에서 올해 상반기 평화로 6명, 번영로 3명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도내에서 지난해 음주운전을 제외한 과속,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등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10개 항목 위반 교통사고는 전체 사고(3630건)의 25.4%를 차지했으며 이중 사망자는 전체사고 사망자의 31.7%, 부상자는 25.9%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꼬리물기, 과속 단속 등에 나서고 있지만 교통사고가 줄지 않으면서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며 "심지어 교차로 꼬리물기 단속을 할 때면 운전자들이 교통흐름에 방해가 된다고 불평하기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의식 개선 필요
도내 운전자들의 교통안전 불감증이 가중되는 이유는 '도로 구조, 지리를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운전자들의 교통 환경 변화가 다른 지역에 비해 심하지 않기 때문에 교통 안전의식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른 지역에서 온 운전자들이 도내 운전자들의 잘못된 운전습관으로 손꼽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운전습관' 역시 이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도로교통공단에서 발간한 교통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운전자의 특성분석과 예방 대책에 관한 연구를 보면 교통사고 3회 이상인 운전자들은 공통적으로 '불안전한 운전'항목이 다른 운전 성격에 비해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때문에 사고 운전자들의 행동요소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맞춤형 안전 운전 홍보 활동을 통해 운전자들의 의식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로교통공단 제주도지부 정미숙 교수는 "각 기관의 교통사고 관련 홍보 활동이 사고 이후에 집중되면서 적극적인 예방 활동에는 미흡한 경우가 많다"며 "운전자 위험행동 요인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 방어운전 교육이 지속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