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강사 김매연

점점 노랗고 붉게 타들어가는 산을 바라보노라면, 무작정 산으로 가고 싶어지는 11월이다. 붉게 물들어가는 산처럼, 마음속에서도 무언가 꿈틀거리며 물들라하는 가을. 단풍으로 불타는 산과 은빛 억새로 파도치는 오름길로 마음은 매일매일 떠난다.

하지만 몸은 도서관 의자에 찹쌀떡처럼 붙어있다. 요즘 논문 준비하느라?대학교 도서관에 다닌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깨에는 가방을 메고, 양 손은 복사용지 박스 가득 담긴 짐을 들고 도서관을 나올 때였다. 손에 든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온 몸으로 열람실 문을 열려고 보니, 한 남학생이 문을 잡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쓰레기 버리러 갈 때 열람실 안으로 들어오려던 학생이다. 내 짐을 보고 기다리고 서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감동이다. 고마워서 방긋 웃으며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했더니,?눈매가 서글서글하게 생긴 남학생도 방긋 웃으며 화답한다.

'학생의 앞날에 좋은 일이 가득하라'는 기원을 해주며 도서관을 나선다. 따스한 배려를 받고나니 온 몸으로 따스한 온기가 전해진다. 이 학생처럼 따스한 인간애로 남을 배려해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서든 인정받고 복 받으며 살아갈 것이다.

"자신의 복 없음을 불평하지 말고, 본인부터 복을 많이 지으며 살아가라"던 스님 말씀도 떠오른다. 남에게 베풀 때는 베풀었다는 마음조차 잊고서 베풀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우리는 보통 남에게 베풀려면 물질적인 게 있어야 가능할 줄 알지만, 재물을 갖지 않고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가 있다고 한다.

남에게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으로 대하는 안시(眼施), 자비롭고 미소 띤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는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사람들을 대하는 언사시(言辭施), 다른 사람에게 예의바르고 친절하게 대하는 신시(身施), 착하고 어진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심시(心施),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나 편안하게 해주는 상좌시(床座施), 사람에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방사시(房舍施)가 있다.

이 일곱 가지 베품은 불경의 잡보장경에 나오는 말이다. 하는 일마다 엉망이어서 가난을 한탄하는 사람에게, 부처가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라"고 한다. 가난한 사람은 "가진 게 없는 데, 무엇으로 베풉니까?"라며 대꾸를 하자, 위의 무재칠시(無財七施)를 말해줬다고 한다.

타들어가는 가을 산처럼, 우리들 마음에도 무재칠시의 아름다운 단풍 꽃을 피우며 살고 싶다. 무재칠시의 단풍꽃을 나누며, 서로 복 짓고 복 받으며 살아가는 세상을 생각하니, 마음에서 단풍꽃이 피어오르더니 입을 쪽~ 맞추고 간다.   /독서강사 김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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