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무형문화유산이다>

후손에 남겨줄 문화유산에 대한 고민 필요…스스로 인정 않으면 가치 떨어져

문화개념 재편·재구축 움직임 ‘잠녀문화’가능성 부각, 자부심·정체성 입혀야

제주도가 후손들에게 남겨줄 문화유산은 무엇일까?

지난 2010년은 유네스코 등재 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한 해였다. 제주는 하늘이 준 천혜의 자연 경관으로 자연 경관 분야의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경이적인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여전히 진행 중으로 관심의 중심인 자연유산과 달리 문화유산, 특히 무형문화유산은 갈수록 존재감을 잃고 있다.

△세계적 관심 ‘무형문화유산’

지난해 8월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11월에는 가곡(歌曲)·대목장(大木匠)·매사냥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현재 10건의 세계유산(문화유산 9건·자연유산 1건), 11건의 세계무형유산, 7건의 세계 기록유산을 가지고 있다.

이중 유일한 자연유산이 제주에 있으니 그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것이 전부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기 어렵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다.

지난 2003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되고 2006년 발효된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에 따라 진행된 무형유산 정책의 방향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고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에서 강조하는 ‘진정성(authenticity)’에 길들여진 사고 때문에 어떤 특정 시대의 것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느냐를 인정하기 힘든 무형유산은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지난해로 국가지정무형문화재 지정 30주년을 맞았던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1주년이란 ‘옵션’에도 불구하고 시연 이상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대표목록에 포함된 무형문화유산 중 유일한 무속문화이자 제주 토속신앙과 제주 잠녀와의 연관성 등 그 가치를 살려 무형문화유산으로 끌어올리자는 목소리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주 섬의 오늘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세계적으로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여성중심의 해양 문화로 평가받고 있는 ‘제주잠녀’에 대한 안에서의 평가 절하만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전쟁 중심 ‘무형문화유산’

진정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무형유산의 진정한 가치를 찾는 방법에는 문화유산의 다양성과 평등성을 강조하는 것이 있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양동)는 세대를 이어온 무형유산으로 그 가치가 빛났다.

특히 자문기관이 보류권고에도 불구하고 등재를 위한 자치단체 등의 다각적인 노력으로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이 그대로 전승되고 있는 생활공간이며, 주민들이 세대를 이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살아있는 유산(Living Heritage)’을 인정받았다.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국가간 관심이 커지면서 치열한 외교전까지 펼쳐지자 유네스코는 세계무형유산 제도가 문화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공유국들의 공동 등재를 권유하고 있다. 동·서양을 아울러 11개국이 공동 등재(연속문화·serial nomination)한 ‘매사냥’은 그 결과물 중 하나다.

△고정관념 아닌 가능성으로

잠녀 문화는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던지는 좋은 아이템이다.

우에스기 도미유키 일본 세이죠 대학 글로컬 센터장은 “제주 잠녀와 일본 아마 문화를 공동으로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한다고 하는 것은 특정의 문화가 지역과 국가, 민족의 경계를 넘어 분산되고(분산형 문화), 네트워크상으로 연결된(네트워크형 문화)다는 현대적인 사회문화 상황의 승인을 의미한다”며 “이는 기존의 문화 개념 재편과 재구축을 촉구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잠녀문화는 세련되지도, 우아한 아름다움도 없다. 그러다 보니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걸작선(마스터 피스)’이라는 고정관념에는 턱없이 모자라 보인다. 거기에 제대로된 연구 축적도 이뤄지지 않았고 당사자(잠녀)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그럴듯한 이유까지 꼬리표처럼 따라온다.

하지만 잠녀문화를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려는 시도는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의 글로벌 전략 및 무형문화유산보호조약에서 명시한 문화에 대한 의미의 확대 해석, 자부심과 정체성으로 연결된 문화의 개념을 인정하고 실체화한다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 ‘우리 것’인정 중요

당장 지역 문화재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잠녀문화의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제주만’을 강조할 수 있는 문화 아이템으로 제주잠녀의 가치는 충분하다. 사라지고 있으나 살아있는 것으로 지킬 수 있다는 것 역시 무형문화유산으로 제주잠녀를 평가해야하는 이유다.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되면 보호와 관리 등 해야할 일이 더 많다.

세계유산 등재는 그러나 무엇보다 그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인류 공영의 문화상이 담겨 있다는 국제적 인증을 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등재된 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국가와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잠녀·잠녀문화’를 제주를 대표할 문화 콘텐츠 우선 순위로 꼽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까닭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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