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효 변호사>

   
 
   
 
필자는 가끔 까치 폐해로 인한 소송에 대하여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제주도에 급격한 까치 번식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었으니 까치를 번식시킨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느냐는 것이다.

까치는 길조(吉鳥)로 여겨지지만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는 까치가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모항공사에서 제주취항 기념으로 제주도에 까치 수십마리를 방사했다. 제주도에 길조를 처음 들여오는 것이니 제주도와 언론도 성원했다.

그런데 까치의 번식력이 문제였다. 1990년대 중반에 이미 수천마리를 돌파하여 유해조수로 지정되더니, 현재는 10만마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제주의 텃새들을 깊은 산속으로 몰아내고, 제주의 하늘을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조롱이 등 까치의 천적들도 제주도에 많지 않다.

까치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전선을 갉아 정전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한국전력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매년 수억원을 들여 전선의 피해를 복구한다. 수년 내에 수십만마리로 늘어나고 그로 인한 폐해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언론이나 제주도 의회에서도 까치폐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까치를 번식시킨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함에 있어서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소멸시효 문제이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려면 행위시로부터 10년 내에 청구하여야 하는데, 20년 전에 까치를 방사하였으므로 일응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까치를 방사할 당시 고의·과실이 있었는지, 급격한 번식과 그로 인한 피해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도 문제된다. 길조를 들여온다는 좋은 뜻에서 까치를 방사했던 것인데, 이제 와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이다. 까치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는 점도 입증하여야 한다. 등등의 여러가지 문제를 생각하면 까치를 번식시킨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까치 방사행위는 20년 전이지만 까치로 인한 피해는 현재도 계속 발생하고 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까치 방사 당시 까치의 번식력, 제주도의 생태계 등에 관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면 급격한 번식 가능성과 그로 인한 피해도 예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바람직한 것은 피해가 더 늘어나기 전에 기업 스스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생태계 등에 관한 연구 없이 제주에 없는 좋은 것이라고 해서 함부로 들여올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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