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우리 민법은 그 모두 부분에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라는 조문을 명기하여, 누구든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서 이를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법이 적법성을 허용하지 않는 권리남용이란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는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는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그 권리의 행사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여겨지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추인할 수 있고, 어느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이 되는가의 여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실제로 문제가 된 권리남용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갑 소유의 대지 지상에 다가구주택이 건축되어 있고 그 잔여 토지가 공로에 이르는 통로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을이 그 인근 대지에 구 건물을 철거하고 상가를 신축하면서 위 통로 쪽으로 출입구를 설치하였으나, 위 상가 신축 과정에서 을과 갈등을 빚게 된 갑이 위 상가의 출입구 현관문 앞에 블록담장을 설치하였다. 이 때문에 을은 그 통로로 다닐 수 없게 되었다.

심리를 해 보니 상가 출입구를 봉쇄하는 형태로 축조되어 있는 블록담장에 그 외의 다른 용도가 없고, 그 상가와 블록담장 사이의 간격은 50㎝ 정도에 불과하여 통행이 매우 불편한 상태이며 인근 주민들은 모두 위 통로를 이용하여 왔고, 블록담장 설치로 인하여 갑이 얻는 이익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잔여 토지 부분이 통로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도 없었다.

이 사안에서 법원은 갑이 위 블록담장을 설치한 행위는 외형상은 권리의 행사로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그 부지가 자신의 소유임을 기화로 을 소유의 위 상가의 사용·수익을 방해하고 나아가 을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줄 목적으로 행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갑의 위 블록담장 설치행위는 권리행사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갑은 을의 청구에 응하여 그 공작물을 철거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주변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바, 권리란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 한도에서만 누려질 수 있는 것이라는 내재적 한계를 갖고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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