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권 변호사

   
 
     
 
세상이 흉흉해지면서 친족간에도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윤리적인 문제인 동시에 법적인 문제도 된다. 예를 들면 아내 지갑에서 몰래 돈을 빼낸 남편을 절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또는 사업을 하겠다고 아버지에게 돈을 받은 후 유흥비로 탕진한 경우 그 아들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등이 그것이다.

우리 형법은 이러한 경우 친족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친족상도례'라는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 친족상도례는 원칙적으로 재산범죄에만 적용되는데 친족간의 재산범죄는 당사자끼리 해결하고 법은 되도록 개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측면에서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친족간의 재산 범죄는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동거 가족 또는 그 배우자의 사이에서는 이런 죄의 경우 형을 면제해야 된다. 즉, 부모, 자식, 부부 사이에는 돈을 훔치거나 사기를 쳐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범위를 넓혀서 그 외의 친족, 약 8촌 정도까지는 처벌해달라는 고소가 있어야 법이 개입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친족은 민법상의 개념인데 자기를 기준으로 삼아 일정한 혈연관계가 있거나 혼인 또는 양자관계에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혈족·인척·배우자가 포함된다.

범죄자를 숨겨주게 되면 범인은닉, 도피죄로 처벌받는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 텐데, 형법은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경우는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배중인 아들을 아버지가 숨겨줬다는 이유로 범의 심판을 받게 한다면 너무 가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외를 두는 것인데, 이 조항 역시 법률상 친족 또는 동거하는 가족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에 친한 친구나 애인 사이, 사실혼 관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고소의 경우 부모가 자식을 고소해도 자식은 부모를 고소하지 못하는데, 예외적으로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특별법에 따라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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