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창곤 변호사

송금의뢰인이 착오로 자금이체의 원인관계 없이 수취인의 계좌에 금원을 입금한 경우, 수취인은 그 금원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이 경우 수취인은 송금의뢰인에게 그 입금액 상당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수취은행이 수취인에 대한 대출채권 등으로 수취인의 위 예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이 유효한지가 문제된다.

실제 사례는 이렇다. 갑의 직원 A가 6000만원을 을 은행에 개설된 B의 예금계좌에 송금해야 하는데도 착오로 을 은행에 개설된 C의 예금계좌에 잘못 송금했다. 이로써 C는 을 은행에 대해 6000만원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하게 됐지만, 갑이 을 은행에 위 금원의 반환을 요청하고 C도 위 금원의 반환에 대해 이의가 없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을 은행에 작성해 제출했다. 그런데 을 은행이 위 착오송금 전에 C에 대하여 취득한 보증채권으로 위 6000만원 상당의 예금채권과 상계를 했다. 이에 대해 원심판결은 을 은행의 위와 같은 상계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세 단계의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수취은행은 원칙적으로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된 금원이 송금의뢰인의 착오로 자금이체의 원인관계 없이 입금된 것인지 여부에 관해 조사할 의무가 없으므로 수취은행에 의한 상계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둘째, 예외적으로 위와 같은 상계가 송금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칙 위반 내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다. 즉, 송금의뢰인이 착오송금임을 이유로 수취은행에 그 송금액의 반환을 요청하고 수취인도 착오송금임을 인정해 수취은행에 그 반환을 승낙하고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수취은행에 의한 상계는 "공공성을 지닌 자금이체시스템의 운영자가 그 이용자인 송금의뢰인의 실수를 기화로 그의 희생하에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채권회수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로서 상계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위 둘째에 대한 예외로서 수취은행이 선의인 상태에서 수취인의 예금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해서 그 채권을 취득한 것이라거나 그 예금채권이 이미 제3자에 의해 압류됐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상계가 신의칙 위반 내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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