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훈 변호사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에게 받을 돈이 있었는데 몇 년이 지나도록 B에게 돈을 갚으라는 요구를 전혀 하지 않다가 갑자기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그 경우 B는 A에게 반드시 돈을 갚아야 하는가.

B는 A에게 반드시 돈을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법에는 권리자가 권리행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기간 동안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는 그 권리를 소멸하게 하는 제도인 소멸시효(消滅時效)란 제도가 있는데, 만일 A가 법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기간 동안 권리행사를 하지 않다가 그 기간이 지난 후에 권리행사를 해온다면 B는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면서 A에 대해 돈을 갚지 않겠다고 주장할 수 있다. 소멸시효제도는 오랫동안 지속된 영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인정된 제도이다.

그렇다면 채권자가 얼마의 기간 동안 권리행사를 하지 않은 경우에 채무자는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며 채무를 변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법이 정하고 있는 그러한 기간을 소멸시효기간(消滅時效期間)이라고 하는데, 소멸시효기간은 채권의 종류마다 다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채권의 종류별로 소멸시효기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여금채권 등 일반적인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다. 다만 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한 일반적인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5년이다. 임금채권, 부동산사용료채권, 공사대금채권, 변호사보수채권, 상인의 상품매매대금채권 등의 소멸시효기간은 3년이고, 음식료채권, 동산사용료채권 등의 소멸시효기간은 1년이다. 그리고 위와 같이 소멸시효기간이 5년 또는 3년 또는 1년인 채권일지라도 판결 등으로 확정되면 판결 등으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 된다.

그런데 소멸시효제도에는 소멸시효중단(消滅時效中斷)이란 제도가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소멸시효의 중단은 권리불행사의 상태를 중단케 하는 권리자 또는 의무자의 일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이미 경과한 시효기간을 소멸하게 하고 그때부터 다시 소멸시효기간을 진행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법이 규정하고 있는 주요한 소멸시효중단 사유에는 채권자의 재판상 청구, 채권자의 신청에 따른 법원의 지급명령, 채권자의 가압류 또는 압류, 채무자의 채무승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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