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평생 땀 흘려 모은 재산이 때로는 재앙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가장이 상당한 재산을 남겨두고 사망했을 때 수십 년 간 사이좋게 지내온 가족들이 상속 재산 다툼으로 인해 졸지에 원수간으로 돌변하는 것은 법정에서 드물지 않게 목격되는 풍경이다. 특히 사망자가 생전에 가족 중 1인에게 상당한 재산을 증여한 경우에는 상속분을 논함에 있어 그 재산을 뺀 나머지만 놓고 계산할 것인지 하는 점이 쟁점이 되는 예가 많다.

민법 제1008조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공동상속인 중 일부가 미리 재산을 증여받거나 유증받아 얻은 수익을 특별수익이라 한다. 여기서 어떠한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는 간단히 판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처와 1남 2녀의 자식을 두고 사망한 가장이 사망하기 7년 전에 처에게 사실상 자신의 전재산인 부동산을 증여했는데, 그가 사망하자마자 딸들이 공동 원고로 나서서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자신들의 상속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재산을 반환하라는 청구를 한 사례가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배우자로서 일생 동안 피상속인의 반려가 되어 그와 함께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서로 헌신하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획득·유지하고 자녀들에 대한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 온 경우, 그 생전 증여에는 위와 같은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의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의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러한 한도 내에서는 그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더라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딸들은 패소한 것이다. 특별수익 규정에 대한 섣부른 해석은 이렇듯 천륜을 끊어놓는 비수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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