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창곤 변호사

민법상 채무자가 그 재산을 처분하는 등의 법률행위를 한 결과 그의 재산이 감소하여 채권자가 충분히 채권의 만족을 받을 수 없게 될 염려가 있는 것(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자기의 일반재산을 감소시키는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에, 채권자가 그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데, 이를 사해행위취소권이라고 한다.

문제는 채무자가 재산상속을 받았다면 채권자가 그 재산으로 채권의 만족을 받을 수 있었을 터인데, 채무자가 상속포기를 하는 바람에 채권자가 그 채권의 만족을 받을 수 없게 된 경우에도 사해행위로 취소할 수 있는가이다.

실제 문제된 사안은 '채권자 갑이 채무자 을에 대하여 2억원 상당의 채권이 있었는데, 그 후 을 및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어머니가 사망하여 상속재산인 토지에 대하여 을도 그 상속분에 따라 상속을 받을 지위에 있었는데, 을은 상속포기를 하였고, 나머지 공동상속인들은 을의 위 상속포기의 소급효로 인하여 을은 처음부터 상속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위 재산에 대하여 나머지 공동상속인들의 법정상속분 비율에 따라 이를 분할하는 내용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한 후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채권자 갑이 이에 대하여 사해행위취소를 주장한 사안'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상속의 포기는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서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와 같이 볼 것이 아니고, '인적 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는 점,  상속인으로서의 자격 자체를 좌우하는 상속포기의 의사표시에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행위에 대하여 채권자 자신과 수익자 또는 전득자 사이에서만 상대적으로 그 효력이 없는 것으로 하는 채권자취소권의 적용이 있다고 하면,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는 그 법적 처리의 출발점이 되는 상속인 확정의 단계에서부터 복잡하게 얽히게 되는 것을 면할 수 없는 점, 또한 상속인의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상속의 포기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상속의 포기는 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하여, 상속포기는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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