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갑이 을 소유의 토지 안에 있는 농업용 관리사에 무단으로 사무실 집기 등을 갖다 놓고 함부로 출입하자 을은 어느 날 토지로 통하는 입구에 출입문을 설치하고 빗장을 거는 방식으로 잠금장치를 했다. 그 후 을은 갑을 상대로 건물 인도 청구와 함께 건물의 사용료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경우 갑은 그 청구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위 사안에 대해 원심 법원은 을이 통로에 출입문을 설치함으로써 그 때부터 갑이 그 건물에 대한 점유를 상실했다는 이유를 들어 을의 건물인도 청구를 기각하는 한편, 출입문 설치 시점 이전에 관한 건물 사용료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만 인정하고 그 이후 분에 관한 청구는 기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토지 출입문은 빗장을 풀면 쉽게 열리게 되어 있는데다가 농업용 관리사에 여전히 갑 소유의 물건이 비치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갑의 점유는 상실됐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갑은 을에게 건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건물의 차임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부분에 관해 대법원은 물건의 점유와 그 사용은 엄연히 구별돼야 하는 법개념으로써 사용 없는 점유 또는 타인의 토지 위를 통행하는 경우와 같이 점유 없는 사용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소유자가 상대방이 목적물을 권원없이 점유·사용하여 소유권을 침해함으로 말미암아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해 그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그러한 권리 침해로 인해 소유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 경우 손해의 유무는 상대방이 당해 물건을 점유하는지에 의해 좌우되지 않으며, 점유 여부는 단지 배상돼야 할 손해의 구체적인 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고려될 여지가 있을 뿐이라고 판시했다.
 
결국 갑이 건물을 점유하는 것으로 인정이 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그 건물에 갑의 집기가 그대로 비치된 채로 있다면 이로 인해 을이 그 건물을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갑은 마땅히 배상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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