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훈 변호사

검사가 어떤 범죄에 대해 수사를 마친 후에 최종적으로 행하는 수사종결처분에는 공소제기처분과 불기소처분이 있는데, 공소제기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고소가 반드시 있을 것을 요하는 범죄를 친고죄(親告罪)라 한다. 고소와 친한 범죄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형법상 친고죄로 규정된 범죄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어떤 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고소 없이 무조건 공소제기할 경우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서 강간죄, 강제추행죄, 미성년자등 간음죄, 혼인빙자간음죄, 간통죄 등 주로 성(性)과 관계된 범죄이고, 둘째는 범죄가 경미한 경우로서 사자명예훼손죄, 모욕죄, 비밀침해죄, 업무상비밀누설죄 등이 그것이다.

친고죄의 경우 검사가 수사종결처분을 함에 있어서 처음부터 고소가 없었거나, 있었던 고소가 취소된 경우에는 불기소처분의 일종인 '공소권 없음'의 처분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검사가 유효한 고소가 있음이 인정돼 공소를 제기했으나 제1심판결선고 전까지 고소가 취소된 경우에 법원은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게 된다. 이는 친고죄의 경우 고소가 없는 경우 및 있었던 고소가 제1심판결선고 전까지 취소된 경우에 범죄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의할 점은 어떤 친고죄를 범한 범죄자가 재판에서 공소기각의 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고소취소가 반드시 제1심판결선고 전까지 이뤄져야 하고, 제2심(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이뤄진 고소취소는 양형(量刑)의 자료로만 작용한다는 점이다.

친고죄와 관련해 한 가지 언급할 점은 오늘날 성폭력범죄의 만연과 흉포화 및 그에 대한 가중처벌의 필요성으로 일반형법에 비하여 형이 가중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는데, 일반형법상 친고죄인 성범죄들이 위 특례법상에는 친고죄로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해 행한 특수강간·강제추행죄,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과 장애인 및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강제추행죄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위 특례법상의 위 범죄들에 대해 피해자의 고소가 있건 없건 관계없이 공소제기가 이뤄져 처벌을 받게 되고, 고소의 유무 또는 고소취소의 유무는 단지 양형의 자료로만 작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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