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근로자인 A는 B회사에 입사했다가 퇴사하면서 임금 및 퇴직금 6300여만원을 지급받지 못했다. A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근로자 16명을 대표해 B 회사와 협상을 벌여 그들 근로자들의 미수령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에 갈음해 B회사가 다른 여러 채무자들에게서 받을 2억9000여만원의 공사대금 채권을 양도받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A가 현실적으로 추심한 채권은 미수령 임금 및 퇴직금의 액수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A는 B회사를 상대로 미수령 임금 및 퇴직금 중 아직 변제받지 못한 부분의 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B회사는 임금 및 퇴직금 지급에 갈음해 채권 양도를 하기로 합의하고 양도통지를 마쳤으므로, 원고의 임금 및 퇴직금 채권은 소멸했다고 항변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을까?
 
위 사안에 대해 원심 법원은 A가 이미 미수령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에 갈음해 채권양도를 받기로 합의했으니, 그 합의로써 A의 B회사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채권은 소멸했다고 판단해 A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임금은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 지급에 갈음해' 사용자가 제3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을 근로자에게 양도하기로 하는 약정은 전부 무효임이 원칙이다. 다만 당사자 쌍방이 위와 같은 무효를 알았더라면 '임금의 지급에 갈음'하는 것이 아니라 '지급을 위해' 채권을 양도하는 것을 의욕했으리라고 인정될 때에는 무효행위 전환의 법리에 따라 그 채권양도 약정은 '임금의 지급을 위해' 한 것으로서 효력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위 채권양도 합의가 전부 무효라면 당연히, 그리고 무효행위 전환의 법리에 따라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위한 것으로 보는 경우에는 그 법리에 따라, A는 원래의 미수령 임금 및 퇴직금 중 아직 변제받지 못한 부분의 지급을 B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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