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창곤 변호사

민법 제1008조의3은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1983㎡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사용재산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승계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여기서 '금양임야'란 조상의 분묘가 있거나 분묘를 설치할 예정으로 벌목을 금지하고 나무를 기르는 임야를 말하고, '묘토인 농지'는 옛날부터 위토라고도 부르는 것인데, 이는 분묘의 수호에 필요한 토지로서 그 수익으로 분묘관리와 제사비용에 충당되는 논과 밭 등 농지를 말한다.

문제는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결정 방법이다.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누구이고, 어떻게 정하는지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종전에 대법원은 종래의 관습에 따라 '공동상속인 중 종손이 있다면 그에게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 종손이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해왔다.
 
그런데 대법원은 2007다27670판결로 종래의 판례를 변경했다. 상속인들간의 협의와 무관하게 적장자가 우선적으로 제사를 승계해야 한다는 종래의 관습은 더 이상 관습 내지 관습법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이는 가족구성원인 상속인들의 자율적인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고 적서간에 차별을 두는 것이어서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한 변화된 가족제도에 원칙적으로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승계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남의 아들, 즉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보는 것이 가장 조리에 부합한다고 했다. 
 
한편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승계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란 중대한 질병, 장기간의 외국 거주, 생계가 곤란할 정도의 심각한 경제적 궁핍,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심한 모욕 또는 위해를 가하는 행위, 선조의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를 하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하는 행위 등으로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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